[비엔날레를 보고]곳곳 취약점 많으나 『성공예감』

  • 입력 1997년 9월 12일 08시 15분


아시아 국가들의 급속한 부상에 따라 그간 서구중심으로 짜여져 왔던 문화구조의 재편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광주비엔날레가 두번째로 문을 열고 있다. 이 행사의 중요성이 대내외로 새롭게 인식되는 이유는 두가지다. 하나는 최고의 권위를 내세우고 있는 베니스비엔날레와 카셀도큐멘타 그리고 리옹비엔날레 등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개최되고 있어 이들과 상대적인 비교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이를 근거로 새롭게 대두되는 지역 비엔날레문화의 기능과 역할 등을 점검해 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긍정적인 안목에서 이번 행사는 우선 전시연출의 세련이라는 측면이 강조되면서 성공적인 비엔날레로 평가되고 있다. 「지구의 여백」이라는 다소 현학적인 주제에도 불구하고 이를 둘러싼 작가선정의 현장성이나 작품 전시공간 운영의 치밀함 그리고 관람동선의 배려 등에 있어 서구의 타 비엔날레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이는 국제적으로 이름난 전시기획 전문가인 하랄드 제만이나 베르나르 마카테 같은 이들을 과감하게 기용한데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인사관리의 효율성과 아울러 해설집 발간 등 자료제작이나 주변환경 개선이 해를 거듭하면서 점차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향후 행사에 일종의 자신감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행사에 비판적 요소들이 산재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본전시를 다섯개의 소주제인 속도 공간 혼성 권력 생성 등으로 나누고 그것을 다시 수 화 목 금 토 등의 개념과 각각 연계시킴으로써 예술작품에 대한 대중의 문맥파악을 어렵게 하고 있다. 외국커미셔너의 운영이 서방세계에 치우치고 있어 아프리카나 동구 그리고 아시아 등의 주변국가들에 대한 배려가 취약하다는 점. 또한 다섯개의 특별전이 본전시에 비해 지나치게 소홀히 다루어졌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그리고 출품작들의 경향이 비디오와 컴퓨터 등의 영상매체를 포함한 테크놀러지 아트와 설치에 편중되어 전시메커니즘과 연출효과에 치중하는 작금의 서구비엔날레의 분위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인상을 강하게 받는다. 본전시의 하나를 기획한 하랄드 제만이 선정한 18명의 작가중 9명이 지금 프랑스에서 그가 기획한 또다른 전시회인 리옹비엔날레와 중복되고 있다는 대목에서 광주비엔날레의 정체성 주장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광주비엔날레는 한국이라는 아시아국가에서 치러지는 문화행사다. 이런 점에서 국내외의 대중이 본 행사에 거는 기대는 서구중심 논리와의 차별화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문화계가 이러한 논의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전시연출의 형식적인 성공을 넘어서 현대를 사는 우리 자신의 삶과 우리의 현실에 대한 물음에 그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 이는 대외적으로 한국미술의 위상을 세계에 적극적으로 내보일 수 있는 근거이며 대내적으로는 고유한 정신문화의 정립을 위해 필수적인 요인이기도 하다. 광주비엔날레가 서구 전시문화의 답습에서 벗어나고 아울러 지역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있는가라는 질문은 아직도 유효한 것 같다. 김영호(중앙대교수·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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