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철-박재서군의 再修일기]『실패 두려움이「큰 적」』

  • 입력 1997년 9월 9일 07시 57분


재수를 위해 경북 영주에서 서울로 올라온 김민철군(18)과 서울 토박이 박재서군(19). 둘 다 대입전문인 서울의 J학원에서 뛰어난 성적을 내고 있는 「모범재수생」이다. 그러나 초조하기는 다른 재수생이나 마찬가지. 한번의 실패에서 오는 막연한 「두려움」이 이들에게는 가장 큰 적이다. 오전 7시반부터 위성TV과외→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수업→저녁식사 후 독서실이나 강의실에서 자습. 다람쥐 쳇바퀴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들에게는 스트레스를 풀 길이 없다. 대학생 친구들을 만나 듣게 되는 캠퍼스 이야기는 신물이 났고 「어디 먼 곳으로 떠났으면…」하는 생각만 불쑥불쑥 든다. 그래도 이들은 「혼자와의 싸움」에서 이기고 있는 셈이다. 방탕한 생활 끝에 결국 대학을 포기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8월이 되자 『혼자서 공부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면서 학원을 떠나는 친구도 눈에 띄게 늘었다. 그러나 김군은 『재수유학을 보내준 부모와 아침밥을 거르지 않고 지어주는 누나를 실망시킬 수 없다』며 마음을 붙들어맸다. 박군은 『혼자 되신 뒤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어머니에게 웃음을 선사해야 한다』며 버텨왔다. 그러나 두달여 남은 수능시험에 대한 두려움이 이들을 괴롭혔다. 학교 다닐 때는 자신감이 넘쳤으나 지난해 실수한 경험이 잊히지 않는다. 수능성적에 따라 모든 게 결정되는 입시제도가 불만스럽기만 하다. 하루 동안의 시험으로 일생의 방향이 결정돼 버리는 이 지옥 같은 세상은 언제 없어질까. 아무리 생각해도 희망적인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성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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