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세상에, 요즘같은 「롱다리 시대」에 키가 1m60에도 못미치다니.
요즘 10대들에게 키가 작다는 것은 감추고 싶은 열등감일 수 있다.
그러나 준철이(이준철·충북체고3년)와 경환이(오경환·영등포공고3년)는 이런 점에서 남다른 10대. 남들보다 체구가 작다는 것을 자신들만의 프리미엄이라고 생각한다.
열일곱살 동갑내기. 당당한 꿈을 가지고 있다. 과천경마장을 주름잡는 기수가 되는 것이 바로 그것.
올해초 한국마사회가 실시한 기수후보생모집에서 3.6대1의 경쟁을 뚫고 한국경마사상 두번째로 고교재학중 기수후보생으로 선발되는 영예를 안았다.
『키가 작을수록 유리하다는 말에 귀가 번쩍 뜨였어요. 이거야말로 내가 가야 할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남들 못지않게 인정받을 수 있는 분야를 찾게 돼 너무 기뻐요』
준철이(1m54.43㎏)와 경환이(1m57.47㎏)는 기수로서 최적의 신체조건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타고난 운동신경까지 겸비, 기수로 대성할 수 있는 싹이 충분하다는 평.
준철이는 올해초까지 레슬링선수로 활동하다 체급조정으로 자신의 체급이었던 42㎏급이 없어지는 바람에 진로를 바꿨다. 킥복싱을 한 경환이 역시 중3때 격투기대회에 나가 신인상을 수상한 스포츠맨. 훌륭한 기수가 되기 위한 필수자질로 꼽는 손목힘과 균형감각에서 나란히 합격점을 받았다.
이들은 말에 대한 친화력에서도 일반인들을 뛰어넘는 자질을 과시했다. 기수후보생 선발과목중 하나인 기승적응테스트에서 생전 처음 말을 타게 됐지만 두려움보다는 신나고 즐거웠다는 게 공통적인 반응.
『말을 타는 게 너무 재미있어요. 오토바이를 타면서 스피드가 주는 쾌감을 느껴봤지만 살아있는 말을 타는 건 더 짜릿해요』 『선배기수들이 말을 모는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스릴이 느껴져요』
주위 사람들의 격려가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이들에게 큰 힘이 됐다. 체육교사의 추천으로 응시한 경환이는 선생님들의 후원이 대단하고 준철이네 집에서도 준철이의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
그러나 아직 「장밋빛 미래」가 열린 것은 아니다. 기수후보생으로 선발되긴 했지만 정식기수가 되기 위해서는 하나의 관문이 더 남아있다. 다음달초부터 시작되는 합숙교육이 그것.
마사회 기수양성소에서 실시하는 2년간의 합숙교육에서 낙오하면 기수의 꿈도 물거품. 준철이와 경환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이들의 열정을 받아들여 재학중 합숙교육에 흔쾌히 동의했다.
이제 남은 것은 스스로의 노력뿐. 뼈를 깎는 분발로 남보다 나은 결실을 거둬내는 것만이 자신들의 결정을 축복해준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는 길이라는 생각이다.
때문에 합숙교육을 앞둔 표정은 자못 결연하다. 박태종선배같은 훌륭한 기수가 될 때까지는 모든 것을 참아내고 마침내 한국경마를 대표하는 기수로 우뚝 서는 것이 이들의 꿈이다.
〈이 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