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엽 기자] 10대 소녀취향에 충실한 국내 발라드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제중 하나가 영원한 사랑이다. 최근 조관우 김종서 박정운이 공교롭게도 「영원」이라는 같은 제목의 노래를 불렀다. 그 동기와 이유도 다양한 이들은 직접 쓴 가사를 통해서도 영원한 사랑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석을 내리고 있다.
조관우의 「영원」은 절망형. 사랑하는 이를 하늘로 떠나보낸 후 더이상 인연없는 세상을 등지겠다는 맹세가 뒤따른다. 그는 『가장 친했던 친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수초간 멍했을 때의 심경을 가사로 옮겼다』며 『진실로 사랑했던 사람이 죽으면 누구나 따라 죽고 싶은 심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힘없이 내품에 안긴채 그렇게 날 떠났지…내 인생에 넌 마지막 연인이니까 너를 사랑하는 길 그건 너를 잊는 거라고 하지만…」(가사일부).
김종서의 「영원」은 미완성형이다. 가사속의 화자는 사랑하던 사람곁을 떠나 자기길을 가다가 나중에서야 최종 목적지가 그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그 방황이 영원한 사랑을 배우기 위한 길이었다고 강조한다.
김종서는 『사랑의 소중함은 언제나 나중에 알게 되는 것 같다』며 『영원한 사랑은 영원한 숙제임을 노래했다』고 말했다.
「그대만큼 사랑하는 세상이 있어 나 이제 나의 길 떠나가려해 …사랑을 더 배우기 위한 길이 있잖아 우리 영원한 사랑을 위해」(가사일부).
박정운의 「영원」은 현실형. 지금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서 털어놓는 고백이다. 내용은 험한 세상에 지친 상대가 쉴 수 있는 작은 어깨가 되고 어두운 길을 밝히는 촛불이 되겠다는 것이다.
「힘들고 험한 세상이 너를 멍들고 지치게 할 때면 …이렇게 너를 안고 온몸으로 널 감싸 줄거야」(가사 일부).
박정운은 『빗길에 어깨를 기대고 걷는 연인 한쌍을 보고 가사를 떠올렸다』며 『사랑하는 순간 만큼은 누구나 영원을 떠올리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결국 영원에 대한 심각하고도 철학적 의미를 따지기 보다 막연히 끝없는 사랑을 노래한 것이 이들의 특징. 가사도 영원한 사랑을 동경하는 소녀팬을 겨냥하고 있는데 직설적으로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는 신세대 댄스곡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가요계에서는 『발라드가 지나치게 영원을 강조하다 보면 비현실적이고 건강하지 못할 경우도 있다』며 『노래를 만드는 사람들은 이같은 문제를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