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橋 「사랑의 전설」사라진다…이대-철도청 복개결정

  • 입력 1997년 3월 5일 19시 46분


이화여대의 「미라보다리」인 「이화교」가 사라진다. 철도청의 신촌 민자역사개발계획을 반대해온 이화여대는 최근 철도청과 학교 정문옆 터널에서 교내 테니스장까지 5천여평에 달하는 이화교 주변을 민자역사개발계획과는 별도로 올해말부터 복개해 교육환경에 맞게 활용키로 합의했다. 이화여대정문에서 캠퍼스를 잇는 폭 9m, 길이 25m인 이화교는 위험한 철길을 건너 등교하는 불편을 없애기 위해 지난 58년에 건립됐다. 이화여대생들에게 「이화교」는 단순한 「다리」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언제부터인가 이화여대생들 사이에는 「이화교 밑을 지나가는 기차의 꼬리를 밟고 지나가면 원하는 상대와 데이트를 할 수 있고 미팅에 나가면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날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다. 기차꼬리를 밟으면 시험을 잘 치른다는 말도 있다. 이때문에 어떤 학생들은 기차가 지나가는 모습이 보이면 꼬리를 밟기 위해 빨리 걸어가는 등 이 다리는 행복한 만남과 행운의 징표였다.이화교는 이화여대생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남학생들에게도 「기다림」의 추억이 남아 있는 곳. 지금은 누구나 이화여대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지만 80년대말까지도 남학생들은 축제나 학술행사와 같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출입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화여대에 다니는 여자친구를 사귀던 남학생들은 정문앞에 서서 설레는 마음으로 「그녀」를 기다리며 이화교 너머를 지켜보곤 했다. 이화여대생 張允瑛(장윤영·23·화학과 4년)씨는 『하교길에 이화교에서 신촌쪽을 바라보며 아름다운 노을을 즐기는 것이 큰 낙이었다』며『이제는 그런 낭만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신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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