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가의 글씨를 영화 포스터에 도용했다면 얼마를 물어줘야 할까.
서울지법 민사합의12부(재판장 徐泰榮·서태영 부장판사)는 25일 태흥영화사가 영화 「축제」의 포스터 제목에 도용한 것에 대해 원광대 서예과 余泰明(여태명)교수가 제기한 글씨에 대한 저작권침해금지 등 청구소송에서 「축제」의 한 글자당 1천만원씩 모두 2천만원을 물어주라는 판결을 내렸다.
여씨는 지난해 6월 영화사측이 소설가 李淸俊(이청준)씨의 소설 「축제」를 영화화하면서 영화 포스터와 자막에 자신의 글씨를 무단사용한 사실을 알고 항의했으나 영화사측이 영화필름과 포스터가 이미 제작됐다는 이유로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자 소송을 냈었다.
문제의 글씨는 여씨가 「민체」로 명명한 창작 서체. 지난 94년 5월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한국 청년작가 초대전에 출품한 「춘향가」속에 들어있는 글씨중 일부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글씨체는 작자의 독창적 노력의 산물로 지적재산권을 가지는 엄연한 창작물』이라며 『영화사측이 이를 무단도용함으로써 작자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이 사건으로 여씨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영화사측은 중앙일간지에 해명광고를 게재하라』고 덧붙였다.
한편 재판부는 여씨의 글씨체를 무단으로 소설 「축제」의 제목으로 사용한 출판사 열림원에 대해서도 『여씨에게 5백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신석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