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店서 화장품 판매』…전문매장 「영역파괴」 바람

  • 입력 1997년 2월 25일 20시 13분


《도자기 가게에서 화장품을 팔고 김밥집에서 햄버거를 판다.짙게 드리워진 불황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날로 다양해지고 까다로워지는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추기 위하여 일부 전문업소는 취급상품을 확대하는 영역파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김화성기자] ㈜한국도자기는 92년부터 같은 계열회사제품인 로제화장품을 도자기매장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현재 서울에만 있는 복합매장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세제류 향수 등을 주로 취급하고 있는 외국 다단계 판매업체들은 목욕탕판매대를 장악해 가고 있다. 이러한 복합매장은 다른 업종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카페 같은 곳에서 인테리어 소품을 팔거나 소규모 옷가게 등에서 화장품을 파는 곳도 생기고 있다. 서울 잠실 석촌호수부근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이명씨는 『커피전문점에서 최근 맥주 포도주 등 가벼운 주류는 물론 아예 소주에 위스키까지 파는 곳이 많아 졌다. 햄버거 등 아침 요깃거리를 파는 곳은 이제 흔하다』고 말했다. 이와는 조금 다르지만 24시간 편의점 LG25에서는 맞벌이 부부를 겨냥해 금융기관 서비스업에까지 영역을 확대, 이달부터 전기요금을 받아 대신 납부해 주고 있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 다른 공공요금으로까지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영역파괴를 주도하고 있는 곳은 식품체인점들. 최근 체인점을 모집하고 있는 신당동 떡볶이, 충무 김밥집에서는 김밥 떡볶이뿐만 아니라 갈비탕 설렁탕에 햄버거 돈가스 까지 취급한다. 요즘 눈에 띄게 늘기 시작한 신종식품체인점들은 이처럼 취급품목을 한가지가 아닌 여러가지를 내세우는 게 보통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커피전문점이나 아이스크림전문점들. 소위 복합전문점 깃발을 내세우고 체인점을 모집하고 있는 브람스 같은 경우 커피 호주산아이스크림, 1백50여종의 칵테일, 유럽수입 과자류 등을 동시에 취급하고 있다. 전문점을 찾는 소비자들은 기호나 경제적 능력이 고르다는 게 특징. 복합매장은 이러한 특성을 겨냥해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해왔던 판매기법. 그러나 국내의 경우 홍보효과를 겨냥해 이벤트에 치중하다가 다시 단일업종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태승트레이딩은 지난 95년 서울 압구정동에 1백50평규모의 「닥터 마틴」 캐주얼 신발매장을 내면서 그 안에 40여평이 되는 미용실을 개설했다가 작년 가을에 철수시켰다. 서울 압구정동 커피전문점에서 옷과 화장품을 함께 판매하다 실패한 박모씨는 『복합매장의 가장 큰 약점은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감이 떨어지고 주력상품에 대한 초점이 흐려지는 것』이라고 충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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