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잃은 여름철새』…왜가리등 겨울와도 남쪽 안가

  • 입력 1997년 2월 22일 19시 52분


『무슨 사연이 있겠지/무슨 까닭이 있겠지/돌아가지 않는 길잃은 철새…』 60년대 유행가 「길잃은 철새」(작사 유호·노래 최희준)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는 겨울에도 따뜻한 남쪽 나라로 돌아가지 않는 여름철새가 늘고 있는 것이다. 매년 3월이면 백로 왜가리 안락할미새 물총새 등이 수십만 마리씩 떼를 지어 몰려온다. 이들 여름철새들은 10월이 되면 대부분 필리핀과 대만 인도네시아 등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대한조류협회(회장 宋淳昌·송순창)회원들의 주기적인 관찰에 따르면 해마다 한강 밤섬에는 4백마리 정도의 왜가리가 날아온다. 그러나 이 중 3백마리는 한강이 얼어도 다른 곳으로 날아가지 않는 것으로 관찰됐다. 또 서울 중랑천과 낙동강변에서도 겨울철새와 어울려 먹이를 찾는 여름철새의 모습이 종종 확인됐다. 이 새들은 왜 겨울에도 날아가지 않는 걸까. 조류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야생조류는 △위험이 없는 곳 △먹이가 풍부한 곳 △번식환경이 좋은 곳으로 이동하려는 본능을 갖고 있다고 설명해 왔다. 그러나 이 학설은 여름철새가 겨울에도 우리나라에 머물고 있는 사실을 설명하지 못한다. 그래서 학자들은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먼저 수질오염의 악화로 인한 철새들의 부실한 영양섭취가 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새들이 낮에 먹이를 섭취하고 저녁에 둥지로 돌아가는데 필요한 에너지만해도 하루 7백∼8백㎉(미꾸라지 30마리 섭취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산천의 먹이가 줄어드는데다 화학약품이나 농약에 오염된 먹이가 많아져 이를 먹은 새들이 「비상」에 자신을 잃고 본능적으로 장거리비행을 포기하는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 환경의 변화에서 그 원인을 찾기도 한다. 禹漢貞(우한정)전 자연보존협회사무총장은 『여름철새가 더 남쪽으로 내려가지 않고도 월동할 수 있을 만큼 전반적으로 지구온도가 높아지고 있어 우리나라에 남는 여름철새도 그만큼 더 늘어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여름철새가 환경에 적응해 「이민새」「텃새」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학자도 있다. 그러나 이들도 우리나라의 환경이 여름철새에게 적합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경기 여주 김포 등 백로 왜가리 집단서식지를 여름에 찾아가면 산란기 어미새들이 자연에서 섭취해야 할 필수아미노산이 부족해 무정란을 낳거나 부화가 안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패잔병」신세가 된 여름철새의 깃털에서 중금속이 발견되거나 병들어 죽는 새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보고도 잇따르고 있다. 〈정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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