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령 기자] 한국의 문학평론가들은 90년대 후반의 가장 주목할 소설가와 시인으로 신경숙과 유하씨를 선정했다. 이같은 사실은 계간 「한국문학평론」이 창간특집기획으로 문학평론가 1백45명에게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집계된 것.
평론가들은 「90년대 후반 한국문단에서 주목할 소설가」로 신경숙(14명) 윤대녕(13명) 김소진씨(8명)순으로 꼽았으며 「없음」이라는 답도 42명이나 됐다. 또 「주목할 90년대 시인」에는 57명이 「없음」이라고 답했으며 유하(8명) 장석남(7명) 백무산씨(6명)의 순서로 집계됐다.
응답자들은 가장 중요한 작품평가기준으로 「작가의식」(26명)을 비롯해 「예술적 완성도」(24명) 「문체」(17명) 「주제의식과 주제의 깊이」(14명) 등을 지적했다.
한편 해외작가들을 포함해 평론가들이 「가장 이상적인 문학활동을 했다고 생각하는 작가」로는 도스토예프스키(9명)가 1위로 꼽혔으며 소설가 이청준 황순원씨(6명) 박경리 이문열씨(5명)등 국내작가를 그 다음 순위로 응답했다.
현역평론가인 응답자들은 「가장 크게 영향받은 문학평론가나 문예사조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전체 응답자중 23.4%인 34명이 김윤식씨라고 답했으며 루카치(23명) 김우창(20명) 김현(19명) 백낙청(18명) 유종호씨(14명)의 순으로 꼽았다.
이번 설문조사의 목적은 90년대 한국평론의 현황을 파악하자는 것. 응답자들은 「현재 한국평론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냐」(복수응답)는 질문에 대해 「비평의 이념이나 철학이 빈곤하다」(97명) 「작품비평이 객관적이고 공정하지 않다」(95명) 「비평이 상업주의화하는 경향이 있다」(82명) 등을 지적했다. 「한국평단에서 비중있게 다루어야할 담론」(복수응답)에 대해서는 「민족문학」(79명) 「근대성」(64명) 「대중예술」(48명) 「생태주의」(44명)순으로 답했다.
설문조사결과 비평침체의 원인에는 대부분 대학교수 교사 등을 겸직하고 있는 평론가들의 「나태」에도 원인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독서량을 조사한 결과 장편소설은 전체 응답자의 31.7%인 46명, 평론집은 26.9%인 39명, 단편소설은 17.9%인 28명, 시는 19.3%인 28명이 「한달동안 단 한권도 읽지 않는다」고 답해 평론가들이 현장으로부터 이탈해 있음을 드러냈다. 외국문학의 경우 독서량 부족현상이 더욱 심해 장편소설은 응답자의 61.4%, 단편소설은 58.6%가 한달동안 한권도 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