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령 기자] 「외설시비」를 빚었던 장정일씨의 「내게 거짓말을 해봐」에 대한 문학적 검증작업이 활발하다. 곧 발간되는 문학계간지 봄호중 「문학과 사회」(문학과 지성 간) 「상상」(살림) 「세계의 문학」(민음사) 「작가세계」(세계사)가 일제히 「내게 거짓말을 해봐」의 문학적 위상을 밝히는 글이나 장정일사건의 사회적 의미를 다루는 특집을 싣고 있는 것.
작품론 작가론 등 무려 10편의 글을 동원해 「장정일 특집」을 낸 「작가세계」는 일반인에게 문제많은 포르노작가정도로 인식되는 장정일의 문학적 면모를 드러내는데 초점을 두었다. 평론가 김종욱씨는 장정일의 문학적 연대기에서 『장정일의 문학적 상상력이 출발하는 지점은 아버지에 대한 근원적 적대감』이라고 지적한다. 김씨는 『아버지가 그에게 남긴 것은 절대라는 명제였다. 절대는 타자를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절대성의 세계는 타자를 억압하고 감금한다』며 『장정일의 성장과정을 지배했던 것은 절대성으로부터의 도피라는 의식』이라고 주장했다.
소설가 이인화씨는 「상상」에 기고한 「내게 거짓말을 해봐」의 문화사적 의미에서 장정일이 작품속에서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자기모멸」의 의의를 밝히는데 주력했다. 이씨는 『작가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소설속의 주인공 제이가 「나는 똥이다」고 반복적으로 말하는 것은 인간을 모멸함으로써 기존의 모럴에 억압되었던 삶을 구출하고 나아가 그 자리에 대체돼야할 새로운 모럴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장정일의 소설속에 드러나는 외설과 잔혹 등 극단적인 인간부정은 새로운 모럴을 위한 「방법론적 부정」이며 능동적인 허무주의라는 것이 이씨의 주장이다.
「세계의 문학」은 「이성을 넘은 육체, 포르노그라피」라는 기획을 통해 저질문학과 동의어로 취급되는 「포르노 문학」에 대한 개념분석과 1990년대 이후 활발해진 성 담론에 나타난 성과 권력의 문제 등을 조망하고 있다. 불문학자 하태완씨는 조르주 바타이유의 「눈(目)이야기」와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비교분석하며 『60,70년대 프랑스학자들이 모더니티의 전형을 발견한 바타이유의 에로틱한 소설들처럼 「내게 거짓말을 해봐」는 우리 사회의 현대적 모순과 예술적 상황을 새로운 언어로 무대화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문학과 사회」는 특집 「검열을 검열한다」를 통해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징계한 법의 타당성에 의문부호를 던진다. 「표현의 자유와 법적 규제의 한계」를 기고한 서울대 홍준형교수(공법학과)는 『표현의 자유와 검열금지는 우리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인 동시에 국가안전보장이나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법률로서 제한(헌법37조2항)할 수도 있는 상충과 긴장의 영역』이라고 지적한 뒤 『표현의 자유로서 보장돼야할 예술성과 공리를 위해 규제돼야할 음란성이 한 작품에서 동시에 드러날 경우 어느 한쪽을 배타적으로 인정할 것이 아니라 양자의 가치중 무엇이 우선하는가를 법원이 엄밀히 판단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