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대방 「헤르메스의 기둥」…소설로 미술사 배워

  • 입력 1997년 1월 8일 20시 18분


「金璟達기자」 새해들어 대학가와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 고미술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소설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르네상스시대의 그림을 소재로 한 지적 모험소설 「헤르메스의 기둥」(전2권·문학동네간)이 화제의 책. 소설의 형식을 빌리긴했지만 다소 전문적인 고대미술사와 작품해설 등을 주로 다뤄 난해한 느낌을 주는데도 불구하고 발간 1주일만에 1만부가 팔린데 이어 한달만에 3쇄를 거듭하며 대학가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내며 꾸준히 읽히고 있는 것. 프랑스에서 고고미술사학을 공부하고 있는 송대방씨(27)의 데뷔작으로 젊은 독자들에게 지적인 책읽기의 재미를 안겨주고 있는 이 작품은 출판가에 고미술사와 고전관련서적의 출간붐을 불러 일으키는 촉매역할도 하고 있다. 소설은 16세기 화가 파르미지아니노의 작품 「긴목의 성모」에 등장하는 기묘한 모습의 기둥에 얽힌 수수께끼를 풀어가면서 살인사건에 휘말리는 한국인 유학생을 주인공으로 삼아 전개된다. 작가는 유럽중세역사와 미술사를 비롯, 그리스 로마신화 연금술 성당기사단과 성배 등 온갖 정보를 작품속에 녹여놓아 독자들이 헤르메스 신화와 연금술적 상상력을 동원, 그 기둥의 의미를 이해하도록 돕고 있다. 또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 보티첼리의 「봄」, 첼리니의 공예품 「소금그릇」 등 동시대의 명작 60여점이 작품 곳곳에 등장해 독자들의 이해를 더한다. 「헤르메스의 기둥」의 인기는 「로마인 이야기」 등 로마고대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녹아내린 일련의 서사적 소설들로 대변되는 시오노 나나미열풍과 90년대 들어 젊은이들의 해외여행경험이 늘어난 사회적 여건과도 맞닿아 있다. 대학때 유럽배낭여행을 다녀왔다는 직장인 김지영씨(25)는 『로마에 갔을때 바티칸의 시스틴성당에서 본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이 인상깊었다』면서 『그림속의 성 바르톨로메오가 들고 있는 살가죽에 미켈란젤로 자신의 자화상을 그려넣어 재생과 부활의 소망을 담았고 헤르메스를 상징하는 기둥이 등장한다는 등의 설명이 소개된 대목은 여행의 추억을 자연스레 떠오르게 했다』고 말했다. 한편 「헤르메스의 기둥」은 최근 인문교양서의 인기추세와 더불어 올해 독서계 판도가 동서양의 고대문명과 고전탐구라는 큰 흐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출판가의 전망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헤르메스의 기둥」의 인기에 고무된 문학동네는 고대 이집트문명을 배경으로 프랑스 작가 크리스티앙 자크가 쓴 장편 「람세스」를 이달말 출간할 예정이며 중세 유럽의 궁정사를 다룬 소설 「스코틀랜드의 여왕」도 자작나무출판사에서 다음주 발간된다. 이외에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에프라임 키숀저·디자인하우스간) 「이야기 서양미술―서양미술 이야기」(오광수저·정우사간) 「문명속으로 뛰어든 그리스 신들ⅠⅡ」(강응천저·사계절간) 등 전문성이 가미된 근간들이 독자들의 눈길을 끌며 이같은 독서흐름을 더욱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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