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동아신춘문예/동시당선작]「새달력」…서재환

  • 입력 1996년 12월 31일 18시 15분


새 달 력 서재환 이제 막 알에서 깨어난 듯한 새끼비둘기 같은 숫자들이 반듯반듯한 창문을 열고 나와 피어나는 꽃잎의 몸짓으로 줄을 지어 앉아 있다. 하루를 열어 주면 푸드득 잠든 하늘을 깨우며 날아오를 것 같은 숫자들 또 하루를 열어 주면 살풋 꽃씨를 물고 내려앉을 것 같은 숫자들 종소리를 울려 주고 언 강물을 풀어 주고 휴전선을 열어 줄 것 같은 숫자들이 비둘기장 같은 새해 새달력 속에 저마다 날아오를 날을 기다리며 푸른 날개를 다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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