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257)

  • 입력 1996년 12월 30일 20시 20분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 〈47〉 오른손이 없는 젊은이는 자신의 신세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꼬박 이틀동안을 나는 그 집에서 묵었습니다. 사흘째 되는 날 나는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그리고 집을 나왔습니다. 악마가 나의 귀에다 대고 운명의 신이 미리 정하신대로 하라고 나를 꾀며 속삭였던 것입니다. 집에서 나온 나는 곧장 시장으로 갔습니다. 거기서 나는 어떤 거간꾼에게 보석이 박힌 목걸이를 맡겼습니다. 거간꾼은 내가 꺼내놓은 목걸이를 요모조모 살펴보다가 말했습니다. 「좋소. 그러나 아직 장이 서려면 한 시간은 기다려야 하니 그 사이에 저기 저 보석상에 들어가 쉬고 계시오」 그가 말한 보석상은 다름 아닌 내가 세들어 살고 있는 집주인의 가게였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마침 저 가게 주인은 내가 잘 아는 사람이니까요」 나는 이렇게 말하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내가 보석상 주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 장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으므로 거간꾼은 나 모르게 넌지시 나의 목걸이를 흥정에 붙여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그것은 금화 이천 디나르까지 값이 올라갔습니다. 그걸 보고 놀란 거간꾼은 나에게로 와서 말했습니다. 「당신의 목걸이는 구리로 만든 것으로 프랑크인의 솜씨를 흉내내어 만든 가짜랍니다. 그러니까 값은 천 디르함 밖에 나가지 않습니다」 그의 말을 듣고 난 나는 말했습니다. 「괜찮소. 그건 어떤 부인을 놀려주려고 만든 것이니까, 구리 제품이라는 것은 나도 알고 있소. 그러나 내 안사람 손에 이것이 들어왔으므로 나는 그걸 팔아버리려는 것일 뿐이오. 천 디르함만 받아주구려」 내가 이렇게 말하자 거간꾼은 이거 수상하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금화로 이천 닢이나 나가는 물건을 두고 내가 은화 천 닢에 팔아달라고 했으니 말입니다. 「천 디르함은 받아 드리지요」 거간꾼은 이렇게 말하고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 길로 곧장 시의 감독한테로 목걸이를 가지고 가 아무래도 목걸이 주인이 수상하다는 데 대하여 말했습니다. 감독은 거간꾼이 꺼내어 놓은 목걸이를 보고 몹시 탐이 났습니다. 게다가 거간꾼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이 탐스런 물건은 장물임에 틀림없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그렇게 되자 감독은 그 목걸이를 들고 총독에게로 갔습니다. 그런데 감독은 총독 앞에서 엉뚱한 거짓말을 하였습니다. 「이 목걸이는 저희집 사람이 도난당했던 물건인데 그 도둑을 찾아냈습니다. 이천 디나르나 하는 이 물건의 값도 모르는 도둑은 거간꾼에게 천 디르함을 받아달라고 부탁하고 시장의 한 보석가게에서 기다리고 있답니다」 이 말을 들은 총독은 경비병들을 시켜 그 도둑이 달아나기 전에 빨리 체포해 오라고 명령했습니다. 경비병들은 내 집주인이 경영하는 가게 안으로 들이닥쳤고 나는 간단없이 체포되어 총독 앞에 끌려가게 되었습니다』 <글:하 일 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