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각 저생각]엉킨 매듭을 풀자

  • 입력 1996년 12월 27일 21시 29분


유정(有情)의 12월이다. 사람을 그리워함도 고통이요 잊으려함은 더욱 큰 고통이며 미워함은 극도의 고통이다. 우리들 주변에는 선량한 사람들보다 비정(非情)하고 비열한 사람, 이기적이고 냉혹한 사람, 교활하고 뻔뻔한 사람 등 우리를 절망케 하는 부지기수의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자신의 치부를 근엄한 감투밑에 은폐하고 부처 같은 얼굴로 세상을 휘젓는 위선자가 있는가 하면, 저 혼자 잘났다고 신성한 의정에서 침튀기며 고함치고 삿대질하면서 그런 제 모습이 TV카메라에 찍히도록 힐끔힐끔 폼도 잡는 천박한 정치꾼들도 있다. 지인중의 한 사람은 이렇듯 역겹고 못난 사람들에 대해 유난히 첨예한 감성을 드러낸다. 그들이 실제와는 달리 세상에 클로즈업되는 것을 보면 공개적으로 신랄하게 그를 비판한다. 당신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危害)하고도 튀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심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라고 했다. 누구에게나 원한과 증오의 대상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을 미워하고 저주하는 행위는 극심한 고통이다. 나를 늙게 하고 발병(發病)케 한다. 자신의 피를 말리는 지극히 우매한 행위를 자초할 뿐이다.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일은 없다. 화해할 수 없는 일도 없다. 증오와 원한의 늪에서 자신을 건져 올리거나 해방시켜야 내가 편안해지고 오래 살 수 있다. 눈발이 날리는 거리에 사랑을 선물하라는 구세군의 종소리가 낭랑하고 사람들의 발걸음은 쫓기듯 분주하다. 남을 칭찬만 해도 모자라는 찰나적인 삶이요 인생이다. 하물며 저주받은 삶을 구사함은 단명(短命)을 자초하고 헛 사는 것이다. 해 넘어가기 전에 피차간에 맺힌 매듭을 풀어내자. 화해(和解)하자! 너와 나 우리 모두를 위해. 김 지 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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