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투사 이상룡선생 종가, 관리능력없어 국가에 헌납"

  • 입력 2002년 8월 14일 18시 31분


보물 182호로 지정돼 있는 경북 안동의 임청각.(김형찬기자)
보물 182호로 지정돼 있는 경북 안동의 임청각.(김형찬기자)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국가원수)을 지낸 석주 이상룡(石洲 李相龍·1858∼1932)의 후손들이 최근 경북 안동의 고성 이씨(固城 李氏) 종가(宗家)인 ‘임청각(臨淸閣)을 국가에 헌납하겠다며 청와대 국가보훈처 광복회 등에 청원서를 냈다.

후손들은 청원서에서 “독립운동으로 몰락한 종가로서 큰 집을 관리할 능력이 없으며 또 주위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상태인데 이런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관리가 부실하여 많은 욕을 먹고 있는 실정”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석주는 일제에게 국권을 침탈당하자 1911년초 일가친척 50여 가구를 이끌고 만주로 이주해 김동삼 유인식 등과 함께 장기적인 독립운동의 기반을 마련했다. 아들 준형은 “일제 치하에서 하루를 더 사는 것은 하루의 수치를 더하는 것”이라며 동맥을 절단해 순국했고 손자 병화도 사회주의 계열의 애국계몽운동에 헌신하면서 줄곧 형무소를 드나들었다. 다른 친족 6명도 모두 국가 유공자이다. 준형과 병화 선생은 90년에서야 독립유공자로 서훈됐다.

석주 이상룡 선생

종가인 ‘임청각(臨淸閣)’은 1519년에 세워진 저택으로 일제 강점기에는 국보 303호였다가 현재 보물 182호로 지정돼 있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민가(民家).

석주 선생이 한말 구국 운동에 투신한 이래 3대가 내리 독립운동에 헌신해 일제로부터 불령선인(不逞鮮人)의 본거지로 낙인찍혀 철거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석주 선생의 증손자인 범증(帆曾·서울 중앙중 교장)씨는 “한 사람만 독립 운동을 해도 삼대가 망한다는데 우리 집안은 일가 친척들이 3∼4대에 걸쳐 독립운동을 하는 바람에 후손들이 다 흩어져 종가를 유지할 수 없다”며 “임청각을 국가가 관리해 애국 애족의 산 교육장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광복회 장철(張鐵) 회장은 “광복 57주년을 맞아 수많은 애국지사를 배출한 명문(名門)의 종가들이 돌보는 이 없이 쇠락해 가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며 “정부와 뜻있는 이들의 배려가 아쉽다”고 말했다.

안동〓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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