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부동산시장 돈물살 갈수록 거세진다

  • 입력 2001년 3월 12일 18시 56분


최근 들어 은행 증권 등의 수신고가 줄고 있는 가운데 고려산업개발 부도, 동아건설의 실질적인 파산처리 등과 같은 핵폭탄급 악재에도 불구하고 인기 주상복합아파트마다 수백억원 이상의 청약신청금이 몰려들고 아파트 분양에 수십 대 1의 청약경쟁률이 기록되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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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은 엇갈린다. 초저금리가 상당 기간 지속되는 만큼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몰리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대세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반면 최근의 청약경쟁이 철저히 수익성 부동산 위주로 집중되는 만큼 전체 부동산 시장을 살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모델하우스에 돈이 넘친다〓지난달 말 한강이 보이는 76가구에 대해 청약신청을 받은 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주상복합아파트 ‘대림 아크로리버’(모집가구 220가구)에는 무려 3500여명이 신청, 평균 47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면서 청약금(가구당 1000만원)만 353억여원이 모였다. 또 이 회사가 7∼9일 사흘간 청약접수한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주상복합아파트 ‘서초리시온’(293가구)에도 7000여명이 몰려들고 청약금만 220억원(가구당 300만원)이 쌓였다.

9일 모델하우스를 개장한 분당신도시의 주상복합아파트 ‘파크 뷰’(1829가구)의 경우 선착순 모집분(1300가구)이 청약개시 2시간만에 마감되면서 계약금(분양금의 10%) 350여억원을 끌어모았다.

서초리시온의 분양대행을 맡은 ‘솔레스’의 장용성 사장은 “청약자 중에는 1억원 정도를 현찰로 들고 와 몇 채씩 청약한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은행 총 예금은 올 1월에 2년 만에 처음으로 8936억원이 빠져나간 데 이어 지난달에도 24일까지 증가액이 전년 동기 대비 36%에 그친 4조5000억원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증시로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1월에 2조6594억원이 늘었던 고객예탁금은 지난달 24일까지 1291억원 증가에 그쳤다.

모 은행의 프라이빗뱅킹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투자를 위해 예치해놓은 자금을 빼내가려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주로 임대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아파트나 상가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가 많지만 지금이 내집을 마련할 적기라고 생각하는 실수요자들도 적잖다”고 전했다.

▽사람이 몰려든다〓9일 청약접수가 끝난 서울지역 2차 동시분양의 경우 청약 첫날에 롯데건설이 시공하는 ‘보라매 낙천대 아파트’ 29평형이 52 대 1을 기록하는 등 평균 3 대 1의 비교적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달에 있은 1차 동시분양 1순위 청약률은 0.1 대 1에 불과했다.

법원경매도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응찰자가 늘어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법원경매 전문업체 ‘디지털태인’의 최문진 북부지사장은 “1월까지도 물건별 경쟁자가 한자릿수를 넘지 않았으나 최근 들어선 평균적으로 20여명 이상이 달라붙는다”고 전했다.이에 따라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의 비율)도 올라가면서 2월 말에 서울북부지원에서 경매가 치러진 19평형 아파트의 경우 무려 46명이 응찰, 감정가 7300만원짜리가 753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부동산 투자설명회에도 인파가 몰려들기 시작, 99년부터 매주 부동산투자설명회를 갖고 있는 한국토지신탁에 따르면 설명회 참가자들이 연초 대비 20∼3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될 정도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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