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손혁-박충식 "해태 부활 걱정마"

  • 입력 2001년 3월 1일 18시 45분


야간훈련을 하고 있는 박충식과 손혁
야간훈련을 하고 있는 박충식과 손혁
두 명의 투수가 불펜피칭에 나서자 돌연 코칭스태프의 눈이 반짝거리기 시작한다.

해태가 전지훈련중인 하와이 알라와이구장. 야간훈련중 조명탑 불빛을 받으며 ‘잠수함’ 박충식(31)이 먼저 마운드에 올랐다.

전성기에 선동렬과 맞서도 지지 않았던 그의 팔에서 하얀 공이 나와 ‘어뢰’처럼 포수미트에 날렵하게 꽂히자 포수 최해식은 “좋아, 좋아”를 연발하며 투수를 북돋웠다. 옆에 서 있던 김성한감독은 기자에게 다가와 “올해 최대관심사는 박충식”이라고 살짝 귀띔.

오랜만에 포수를 앉혀놓고 50여개의 전력피칭을 마친 박충식은 “공 던질 때가 가장 행복하다. 재활은 이젠 지겹다 못해 짜증이 날 정도”라며 연방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삼성의 간판투수로 활약했던 박충식은 지난해 이강철이 자유계약선수로 삼성으로 갈 때 ‘보호선수 명단’에서 빠져 해태에 둥지를 틀게 됐다. 이적하자마자 로스앤젤레스로 건너가 스포츠전문의 프랭크 조브박사로부터 팔꿈치 인대 수술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 1년 내내 재활에만 매달려 단 한 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

그는 “올 시즌 초반은 아직 무리이고 중반부터 중간계투나 마무리는 가능할 것 같다”고 말한다.

박충식에 이어 불펜에 오른 투수는 손혁(28). LG에서 해태로 트레이드된 뒤 은퇴를 선언했다가 1년 만에 그라운드에 돌아온 ‘방랑아’다.

흰색 줄무늬 대신 빨간색 유니폼이 어쩐지 어색해 보였지만 그는 씩씩하게 공을 뿌려댔다. “펑”하며 포수미트에 꽂히는 그의 공엔 1년의 공백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힘이 실려 있었다.

김성한감독은 “공 던지는 것은 금방 감각을 회복했다. 그동안 많이 쉬어서 그런지 러닝 등 체력적인 면에서 조금 모자라지만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가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평가했다.

피칭을 끝낸 뒤 손혁은 “운동을 다시 하니까 너무 좋네요”라며 특유의 큰 잠자리 안경 사이로 하얀 이를 드러냈다.

부상으로 쓰러졌던 투수 박충식과 방황을 끝내고 제 갈 길을 찾은 손혁. 이 둘의 어깨에 해태의 운명이 달려 있다.

<하와이〓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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