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신바드의 모험〈114〉
일곱 공주가 잉태했다는 소식은 곧 온 나라에 퍼져나갔고, 모든 백성들은 기쁨의 탄성을 질렀습니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도 기뻐했던 것은 일곱 공주의 아버지인 하지 왕이었습니다. 왕은 자신의 딸들이 대견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던지 연방 딸들을 향해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너희들이 모두 아이를 가졌다는 것이 사실이냐?』
그러한 아버지를 향하여 일곱 딸들은 저마다 즐거운 미소를 지을 뿐이었습니다.
나의 일곱 아내가 아이를 잉태하자 나는 나의 아이들과 아이들의 나라를 위하여 뭔가 좀더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우선 이 나라 말에 맞는 새로운 문자를 만들었습니다. 내가 만든 문자는 읽기도 쉽고 쓰기도 쉬워 누구라도 금방 배워 쓸 수 있었습니다. 문자를 만든 뒤에는 전국 각지에 학교를 세워 모든 아이들에게 읽기 쓰기 셈하기를 가르치도록 하였습니다. 또 농부들에게는 새로운 농사법을 가르치고, 어부들을 위해서는 보다 크고 보다 튼튼한 배를 만들도록 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시는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시달리지 않게 하기 위하여 튼튼한 성벽을 축성하게 하고, 갖가지 새로운 무기도 제작하게 하였습니다.
그렇다고 나는 일에만 몰두했던 것은 아닙니다. 점점 더 배가 불러오고 있는 일곱 아내들을 더욱 사랑하였으니, 틈만 나면 나는 그녀들을 데리고 꽃들이 만발한 화원이며, 저녁 노을이 붉게 물든 바닷가로 나갔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나라에서의 내 행복은 영원할 것만 같았고, 나는 영원히 이 나라에 눌러앉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어느날이었습니다. 그 날도 나는 아내들과 함께 장미가 만발한 화원을 거닐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나는 문득 아내들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 각기 색깔이 다른 일곱 송이의 장미를 꺾어 나누어주어야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장미를 꺾기 시작했습니다만 일곱 송이째 장미를 꺾던 중 나는 그만 장미 가시에 손가락을 찔리고 말았습니다. 내 손가락에서는 이내 빨간 피가 흘러나왔고 그걸 본 나의 일곱 아내들은 저마다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습니다.
『왜들 그러오? 이 장미 가시에 무슨 독이라도 묻었단 말이오?』
아내들의 그 갑작스런 비명 소리를 이해할 수 없어 나는 물었습니다. 그러나 아내들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볼 뿐 아무 대답이 없었습니다. 그때서야 나는 문득 사태의 추이를 깨달았습니다. 이 나라의 모든 다른 사람들이나 마찬가지로 나의 일곱 아내들도 나를 영원히 늙지도 죽지도, 그리고 결코 피를 흘리는 일도 없는, 말하자면 신이라고 믿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내가 막상 장미 가시에 찔려 피를 흘리는 것을 보자 그녀들로서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오, 나의 사랑하는 아내들이여! 머지 않은 장래에 태어날 내 아이들의 어머니들이여! 그대들이 보는 바와 같이 나는 피를 흘렸소. 나도 그대들이나 마찬가지로 인간이란 말이오. 나를 신으로 만들었던 건 내가 아니라 그대들의 아버지이신 왕과 그리고 이 나라 백성들이었답니다』
내가 이렇게 말했지만 나의 일곱 아내들은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