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모빌리티 씽씽 달리는데… 한국은 규제 리스크에 ‘F학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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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금지법’ 국회 통과 파장… 타다 베이직 한달내 서비스 중단
이재웅 “희망고문 더이상 못견뎌… 거부권 행사 안할거면 빨리 공포”
해외 투자자들 “정치 리스크 절감”… 한국만 모빌리티 혁신 뒤처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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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이 차량공유 분야에서 받아 든 글로벌 평가 점수다. 차량공유 시장은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주최 측인 전미소비자기술협회(CTA)의 ‘국제혁신 스코어카드’ 보고서 14개 평가항목 중 하나다. 한국은 이 분야에서 그리스 헝가리와 함께 낙제 수준인 F학점을 받았다.

일명 ‘타다 금지법’으로 논란이 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한국에서 또 한 번의 모빌리티 혁신은 좌절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를 통과한 법률안은 대통령이 15일 안에 공포하며 그로부터 1년 뒤에 시행된다. 타다 운영사인 VCNC는 6일 법안 통과 직후 애플리케이션(앱)상 고객 안내문을 통해 “법원에서 타다의 합법성을 인정한 지 2주 만에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게 되어 매우 송구스럽다”며 “법안 공포 시 ‘타다 베이직’은 1개월 내 서비스를 잠정 중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 날인 7일엔 타다의 모회사인 쏘카 이재웅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정치인들의 민낯을 보았다”며 “타다에 투자하기로 했던 외국인 투자가는 ‘충격적이고 한국에 앞으로는 투자하지 못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고 토로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법률 시행 1년 안에 헌법 소원을 진행하는 카드가 남아 있지만 업계에선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 보고 있다. 이 대표는 “거부권 행사를 고민해 주시면 고맙지만 아니라면 빨리 공포를 해 달라. 더 이상의 희망 고문은 못 견디겠다”고 덧붙였다.

모빌리티 업계의 표정은 엇갈렸다. 8일 타다와 유사한 서비스인 ‘차차’를 운영하는 김성준 차차크리에이션 대표는 “현 상태로는 렌터카 기반 모빌리티 영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파파’를 운영하던 큐브카도 인도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등 사업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반면 카카오는 이번 개정안에서 허용하고 있는 세 가지 사업 형태 중 타다의 서비스 종료로 사실상 플레이어가 없어진 ①플랫폼 운송사업을 제외하고 ②플랫폼 가맹사업(카카오T블루·전 웨이고 블루) ③플랫폼 중개사업(카카오T) 2종에 모두 발을 담그고 있다. 업계에서 “정부가 타다는 죽이고 카카오에 힘을 실어줬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전 세계가 모빌리티 혁신 시장에 앞다퉈 나서는 가운데 이번 타다 진통을 지켜본 글로벌 투자자들의 발길이 한국을 떠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미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해 한국 시장을 제치고 동남아의 그랩에 2억7500만 달러(약 3280억 원), 인도 올라에 3억 달러(약 3570억 원)를 투자했다. 소프트뱅크는 우버와 디디추싱, 그랩, 올라 등의 대주주다. 지난해 3월 소프트뱅크, 도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쟁쟁한 투자처에서 총 45억 달러 투자를 유치한 그랩은 신시장인 인도네시아에 화력을 집중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처럼 국적 불문 자금이 모이는 모빌리티 시장이지만 한국에선 마땅한 투자처조차 아직 불투명한 셈이다. 앞서 관련 업계에서는 타다의 모회사인 쏘카가 소프트뱅크에 여러 차례 투자를 타진했으나 결국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글로벌 벤처투자사(VC)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들은 정부의 규제나 법률 조항을 무엇보다 큰 요소로 판단한다”며 “이번 입법으로 또 한 번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의 정치적 리스크를 절감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now@donga.com·신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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