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진료-관리’ 현황 조사
고가 치료비-진료 시간 부족 등 이유
“적극적으로 비만 진료”는 63% 그쳐
비만치료제 급여화 필요성 59% 찬성
대한비만학회는 ‘비만 진료 및 비만 관리 현황 조사’에서 비만을 질병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적절한 비만 치료를 제공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존재했다고 지적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비만 치료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치료제 남용’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만 치료 목적으로 개발된 약물이 미용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은 문제”라며 “비만과 대사질환 치료라는 본래 목적이 퇴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비만학회는 2025년 ‘비만 진료 및 비만 관리 현황 조사’를 시행했다. 이번 조사는 의사 404명과 일반인 1000명을 대상으로 비만 인식, 진료 현황, 치료제 사용 실태, 급여화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대한비만학회는 조사 결과 약물 남용보다 비만을 질병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적절한 비만 치료를 제공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존재했다고 말했다. 의료진의 83%는 비만 치료의 중요성을 인정했고, 87%는 비만치료제가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실제로 적극적으로 비만 진료를 시행한다고 답한 비율은 63%에 불과했다. 그 이유로 의사들은 “비만 진료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별도의 상담 수가가 없다” “비만치료제가 고가라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비만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치료를 권하지 않는 가장 큰 요인은 ‘비용 부담’과 ‘진료 시간 부족’이었다.
비만 환자 10명 중 7명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을 동반하고 있다. 그럼에도 비만 치료는 여전히 미용의 연장선에 머물러 있으며 ‘질병 치료’로서의 공적 지원은 매우 부족한 상태다. 환자들이 비만 치료를 위해 지급하는 평균 비용은 월 36만 원으로 장기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라는 특성을 고려하면 절대 적지 않은 금액이다.
비만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의사의 68%, 일반인의 60%가 공감했다. 특히 비만치료제 급여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사 59%가 찬성했으며 그 이유로는 ‘환자의 경제적 부담 완화’와 ‘비만으로 인한 만성질환 예방’이 가장 많이 언급됐다. 반면 급여화가 불필요하다고 응답한 경우에는 ‘약물 남용 우려’를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의사 67%는 처방 기준(BMI 30 이상 또는 BMI 27 이상과 동반 질환)에 해당하지 않는 환자에게 약물을 처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표면적으로는 과잉 처방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면에는 비만 치료가 아직 건강보험 제도 안에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현실이 본질적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제도 바깥에서 이뤄지는 진료는 결국 환자의 요구, 비용 문제, 미용 목적 등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질환을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 관리하고 있다. 대한비만학회는 “비만치료제가 가장 필요하고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일 치료 효과가 기대되는 환자군을 선별해 ‘비만병’ 단계부터 건강보험 체계에 편입하는 것이 가장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해결책”이라며 “이는 비만치료제의 오남용을 줄이는 데도 이바지하며 비만이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는 인식 확산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일본은 ‘비만증’이라는 별도의 진단 기준을 마련해 비만치료제 처방을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 관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건강증진법 안에서 생활 습관 개선만을 강조하는 접근에서 벗어나 비만을 명확히 질환으로 규정하고 의료적 관리 체계 안에서 다루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의 비만 유병률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청년층의 3단계 고도비만이 남녀 모두에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청년기 비만은 중장년기의 대사질환·심뇌혈관질환 위험을 크게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비만은 단순히 외모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간,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으로 이어지는 만성질환의 뿌리다. 효과적인 비만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음에도 비만병 단계에서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결국 더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져 의료비 부담은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비만 치료의 건강보험 적용은 3단계 비만 또는 동반 질환이 있는 비만 환자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약물치료뿐 아니라 영양·운동·행동치료까지 포함하는 통합 급여체계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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