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유출 문건, 송철호 공약 수립에 활용 정황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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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유출 공무원 선거개입 여부 수사

지난해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시 공무원 10여 명이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 측에 비공개 내부 문건과 정보를 전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공무원의 선거 개입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울산지방경찰청이 청와대 첩보를 근거로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下命) 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데 이어 울산시 공무원까지 추가로 연루됐기 때문이다. 송 시장 당선에 기여도가 높은 일부 인사들의 경우 울산시 요직을 차지하는 이른바 ‘논공행상(論功行賞)’식 보은을 받은 것은 아닌지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 “정책입안 시 내부 문건까지 송철호 캠프로 전달”

15일 동아일보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지난해 2월 출범한 송 시장 공식 선거캠프의 전신인 ‘공업탑 기획위원회’는 울산시 내부 문건 상당수를 입수해 선거 전략 및 공약 수립 등에 활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6, 7일 공업탑 기획위 주축이자 청와대 첩보 제보자인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집무실과 자택 등 관련 장소 압수수색을 통해 송 부시장 등이 선거 준비 과정에서 작성한 문건 상당수를 확보했다.

검찰은 최근 출석에 응한 울산시 공무원들을 상대로 선거 전 시 내부 자료를 유출한 경위 등을 추궁하고 있다. 공업탑 기획위가 확보한 울산시 문건 등에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정책 입안 시 참조 정보와 진행 사업에 관한 내부 검토 자료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시 내부자의 협조 없이는 구할 수 없는 자료다. 공무원은 공직선거법상 직무,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등이 금지돼 있다. 유출한 문건 내용의 중대성과 공개 여부에 따라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 “송 부시장 선거전략 문건 중 일부는 실행”


김기현 前울산시장 검찰 출석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15일 오후 2시 참고인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의 
조사를 받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 전 시장은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은) 3·15 부정선거에 
비견되는 매우 심각한 헌정질서 농단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김기현 前울산시장 검찰 출석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15일 오후 2시 참고인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의 조사를 받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 전 시장은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은) 3·15 부정선거에 비견되는 매우 심각한 헌정질서 농단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검찰은 송 부시장 등이 작성한 선거전략 문건 중에 일부가 실행에 옮겨진 것에 주목하고 있다. 공업탑 기획위가 울산시뿐 아니라 청와대와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으로 보고, 실행된 계획과 선거에 미친 영향 등을 복원하고 있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의 전방위적인 조력이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배후 세력’이 있었는지도 규명 대상이다.

송 부시장 외에 현 울산시 고위 공무원 A 씨, 현 민주당 울산시당 고위 관계자 B 씨 등 6인이 참여한 공업탑 기획위는 2017년 가을경부터 송 시장 당선을 위한 선거 전략을 논의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비선 조직으로 활동했다. 출신 인사 대다수가 송 시장 선거캠프에 합류했고 선거 후에는 울산시 요직에 입성했다.

송 시장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히기 전인 2017년 말부터 반구대 암각화 보존 등 김 전 시장이 풀지 못한 지역 이슈를 쟁점화했는데 당시 현장을 방문한 김은경 환경부 장관과 동행하기도 했다. 지난해 1월에는 청와대 행정관을 만나 공공병원 공약을 논의하는 등 청와대 인사들과도 수차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 김기현 “황운하 부임 후 ‘靑지시로 뒷조사’ 소문”

지난해 김 전 시장의 수사를 담당했던 울산지방경찰청의 A 수사과장을 지난주 조사한 검찰은 이르면 18일 경찰관 4, 5명을 추가로 불러 선거 직전 압수수색까지 했다가 선거 이후 불기소된 수사 과정 전반을 확인할 예정이다. 수사팀원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을 조사할 계획이다.

15일 오후 2시 첫 검찰 조사를 받으러 나온 김 전 시장은 기자들과 만나 “황 전 청장이 울산에 부임하고 몇 달 안 지나 (나를) 뒷조사한다는 소문과 청와대 오더가 있었다는 얘기가 들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3·15 부정선거에 비견되는 헌정질서 농단 사건”이라며 “배후 몸통이 누군지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했다. 검찰은 김 전 시장을 16일 다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신동진 shine@donga.com·김동혁 / 울산=정재락 기자

#613지방선거#송철호 울산시장#선거 개입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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