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창의교육 나선 한국 4위 부자… “스타트업 투자-청년 멘토링으론 한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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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빈 스마일게이트홀딩스 회장 화제

경기 성남시의 스마일게이트 사옥에 마련된 창의 공간 ‘퓨처랩’에서 청소년들이 풀, 낙엽 등 다양한 자연의 재료를 가지고 놀고 있다. 스마일게이트 제공
경기 성남시의 스마일게이트 사옥에 마련된 창의 공간 ‘퓨처랩’에서 청소년들이 풀, 낙엽 등 다양한 자연의 재료를 가지고 놀고 있다. 스마일게이트 제공
게임회사인 스마일게이트는 자사의 사회공헌재단 ‘희망스튜디오’를 통해 지난달 13일부터 독특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초중고교생인 12∼16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창의력 육성 프로그램인 ‘시드(SEED·Self-Encouraging, Exciting-Discovery)’를 운영하는 것이다.

게임회사가 10대 청소년의 창의성 개발을 위한 프로그램 마련에 직접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스마일게이트는 경기 성남시의 본사 사옥에 이 프로그램을 위해 창의공간 ‘퓨처랩’도 별도로 마련했다.

이는 스마일게이트의 지주사인 스마일게이트그룹 권혁빈 회장(43·사진)의 아이디어다. 권 회장은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2017년 한국의 50대 부자 순위에서 약 61억 달러(약 6조8320억 원)의 재산으로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5조400억 원)과 SK그룹 최태원 회장(4조320억 원)보다 높은 4위를 차지했다. 그는 중국에서 대박을 터뜨린 온라인 사격게임(FPS) ‘크로스파이어’를 만든 스마일게이트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스마일게이트홀딩스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권 회장은 청년 멘토링, 기업 공개채용 등에서 20대들을 만나면서 한국 교육의 한계를 절감했다. 그는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나 꿈을 가진 20대가 드물다는 데 놀랐다. 또 화려한 스펙을 갖춘 지원자는 많았지만 정작 자신의 생각을 말하거나 문제해결 방법을 제대로 찾는 인재는 거의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청소년들이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해나가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신념이 그를 10대 창의 프로그램 기획으로까지 이끈 것이다. 지금까지는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청년들이 만든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청년들을 대상으로 멘토링을 해왔다면 앞으로는 어린 세대까지 챙기겠다는 행보인 셈이다.

시드에서 학생들은 조를 꾸려 각 수업에서 주어진 과제를 함께 풀어나간다. 미술, 인문학, 기술 등의 분야에서 총 6개의 프로젝트가 주어진다. △나만의 소리와 악기를 디자인해 보자 △세상의 모든 도구 △태초에 미술 원료가 있었다 △무엇이든 버튼 하나로 조종할 수 있는 세계로 △미생물 농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등이 프로젝트 이름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는 어떻게 움직일까’라는 프로젝트에 대해 학생들은 기획부터 코딩, 시제품 마련까지 전 과정을 토론을 통해 함께 진행한다. 한 프로젝트에 2, 3명의 작가(선생님)가 투입되는데, 이들은 학생들이 막혔을 때 도움을 줄 뿐 강의를 하거나 정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예술가, 의사, 개발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의 교육제도에 얽매이지 않는 전문가들을 모집했다”고 밝혔다. 1년에 세 번의 시즌을 진행해 한 시즌에 40명씩, 총 120명의 학생을 시드 프로그램에 참여시킨다.

권 회장은 희망스튜디오가 마련한 별도의 포럼에서 강연자로 나서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권 회장은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학부모와 학생, 교사 100여 명을 대상으로 ‘창의는 어디에서 오는가’란 주제로 강연했다.

권 회장은 이날 강연에서 “문제해결 능력과 창의성은 단기간이 아닌, 오랜 시간 경험의 축적에서 나온다”며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또래들과 경쟁하지 않고 창의적인 환경에서 놀이를 통해 창의력을 키우고, 좋은 인격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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