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나간 군의관… 종양 병사 7개월 방치, 말기암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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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 검진때 9cm 종양 발견… 판정관, 기록 확인 않고 “이상무”
암 4기로 악화… 軍 “중징계할 것”

군 건강검진에서 악성종양(암)이 발견된 병사가 군의관의 실수로 7개월간 방치됐다가 암 말기 판정을 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27일 체력단련 도중 심한 기침과 호흡 곤란 증세 때문에 군 병원을 찾은 육군 모 사단 소속 K 병장(24)은 날벼락 같은 소식을 접했다. 폐와 폐 사이의 종격동에서 4기로 보이는 악성종양(암)이 발견됐다는 진단 결과였다. 그간 별다른 이상 증세를 느끼지 못했던 K 병장은 검진 결과를 믿을 수 없었다. 제대를 몇 개월 앞두고 암 말기 판정을 받은 아들의 비보를 접한 가족도 큰 충격을 받았다. K 병장은 부산대병원을 거쳐 현재 삼성서울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다. K 병장에게서 발견된 암의 크기는 15cm 정도이고, 비장과 림프절 등 다른 장기로 전이돼 치료가 매우 힘든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의 조사 결과 K 병장이 지난해 7월 국군대구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을 때 촬영한 엑스선 사진에서 9cm 크기의 암이 발견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이를 발견한 군의관 A 대위(영상의학과 전문)는 K 병장의 진료기록 카드에 종양 소견을 기록했다.

하지만 검진 결과를 최종 판정하는 군의관인 B 대위(가정의학 전문)가 K 병장의 진료기록 카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합격(이상 없음) 판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군 당국은 전했다. B 대위가 엑스선 촬영 기록을 제대로 검토했더라면 K 병장에 대한 적절한 치료가 좀 더 일찍 이뤄졌을 것이라고 군 당국은 10일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B 대위가 전적으로 과실을 인정했다”며 “B 대위에 대해 정직(1∼3개월) 이상의 중징계를 내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전역하는 B 대위가 정직 처분을 받으면 그 기간만큼 군 복무가 연장된다.

국방부는 K 병장의 치료비를 전액 국비로 지원하는 한편 이번 사건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발생한 국군대구병원의 경우 병사 수천 명의 건강검진 결과를 최종 판정하는 군의관이 1명에 불과해 그동안 부실 검진 우려가 제기돼왔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군의관#종양병사#말기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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