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정직한 스포츠’ 몸으로 보여준 원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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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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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택 정병탁씨 등 20명
실전 뛰며 후배들에 경종

1960년대 국가대표를 지낸 축구 원로들이 8일 오전 서울 광진구 아차산 배수지 체육공원에 모여 최근의 승부조작 파문으로 위기를 맞은 축구계를 살리자는 취지에서 몸소 경기에 나섰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1960년대 국가대표를 지낸 축구 원로들이 8일 오전 서울 광진구 아차산 배수지 체육공원에 모여 최근의 승부조작 파문으로 위기를 맞은 축구계를 살리자는 취지에서 몸소 경기에 나섰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8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동 아차산 배수지 체육공원에 백발이 성성한 축구 원로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허윤정 이영근 정병탁 씨 등 1960년대 아시아 축구를 주름잡았던 국가대표 출신들이다. 이회택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까지 모두 20명이 참석했다.

서울시 실버축구단 소속인 이들은 종종 모임을 갖고 옛날의 화려했던 시절을 회고하며 친목을 다져왔다. 그러나 이날 모임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참석한 축구 원로들의 표정은 무겁기만 했다.

최근 승부조작 비리로 인해 축구계 전체가 혼란에 빠진 것 때문이었다. 원로들은 평소와는 달리 이날만큼은 유니폼을 갖춰 입고 축구화 끈을 질끈 동여맨 뒤 실전 경기에 나섰다. 광진구 실버축구단, 여성축구단과 연이어 두 경기를 뛰었다.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를 위해 무엇을 할지 고민하다 이들은 운동장에서 직접 축구의 진정성을 보여주기로 한 것. 원로들은 과감한 슬라이딩 태클을 마다하지 않는 등 혼신을 다해 뛰었다.

한국 OB축구회 부회장을 지낸 유현철 씨(73)는 “축구는 거짓이 없는 스포츠라는 것을 후배들에게 알리고 싶었다”며 “후배들은 자신이 축구 선수라는 자긍심을 갖고 경기장에 나서야 한다”고 충고했다. 1960년대 국가대표팀의 명수비수였던 김호엽 씨(68)도 “돈은 없어도 다시 벌 수 있지만 명예는 추락하면 회복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축구협회 상벌위원장을 지낸 조정수 씨(67)는 “예방 차원에서 현재 (대한축구협회) 상벌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데 금품수수에 관한 처벌 규정도 큰 테두리만 있지 하위 조항은 전혀 없어 규정 적용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원로들은 앞으로도 운동장에서 직접 뛰면서 한국 축구의 위상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한편 후배 축구 선수들에게 인성 교육의 필요성도 널리 알려나갈 계획이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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