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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의 도발]‘운동’이 벼슬이라는 교육감, 남의 자식은 ‘가·붕·개’로

김순덕 대기자 입력 2021-05-03 17:55수정 2021-05-03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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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운동 세력은 ‘법의 지배’를 안 받는 귀족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해직교사들을 부당하게 특채했다는 최근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반박은 요렇게 요약된다.

그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공적가치 실현에 높은 점수를 받은 대상자를 채용한 것”이라며 부당한 일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어떤 곳인가. 온갖 압력에도 꿋꿋하게 청와대의 원전 비리 의혹을 밝혀낸 최재형 감사원장이 있는 곳이다.

그 감사원이 4월 “서울시교육청이 2018년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 등을 위반해 당연 퇴직한 5명을 교육공무원(중등 교사)으로 특채했다”며 조희연 징계를 교육부 장관에게 요청했다. 그렇다면 핵심은 법을 위반했느냐, 아니냐다.

지난해 9월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 소송 전원합의체 선고 공판 출석에 앞서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구호를 외치는 전교조 관계자들. 대법원은 이날 전교조에 대해 법외노조 통보를 한 고용노동부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불법채용 의혹을 받는 5명 중 4명은 이 판결 전인 2012년 공직선거법 위반 판결을 받고 퇴직했다.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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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교조 해직교사’에 딱 맞춘 특채 지원자격
교육공무원법 10조 2항은 ‘교육공무원의 임용은 임용을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능력에 따른 균등한 임용의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특별채용 역시 ‘경쟁시험을 통한 공개전형으로 한다’고 교육공무원임용령 9조2항에 못 박았다. 특채라는 제도를 이용해 뽑을 사람을 미리 정해놓고 그에게 유리하게 절차를 맞추는 비리를 막기 위해 2016년 신설한 조항이다.

조희연은 기자회견에서 전교조 서울지부가 해직교사들 특채를 요구했고, 이에 응한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5명을 특정한 게 아니라 “교육양극화 및 특권교육 폐지,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확대를 위해 노력한 교사들(즉 전교조 해직교사)에 대한 특채 요청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말씀 잘하셨다. 5명이든 아니든 채용대상자는 그때 정해졌다는 얘기다.

그럼 채용절차는 공정했나? 시교육청 감사관은 “모든 심사는 블라인드 처리해서 진행했고 독립성 전문성을 지닌 심사위원들이 판단한 것”이라고 감사관답지 않은 말을 했다. 서울시교육청이 밝힌 특채 지원자격이 ‘교육양극화 해소와 특권교육 폐지 및 교원의 권익확대 등 공적 가치 실현에 기여한 자’다. 전교조 요구에 딱 맞춘 자격요건이다. 전형서류엔 자기소개서가 있어 암만 블라인드 처리해도 전교조 해직교사인지 단박에 알 수 있다. 2차 응시자 14명 중 5명이 이렇게 뽑혔다. 그래도 최재형 감사원이 잘못했다고 우길 텐가?

● 조희연의 비합법정치운동, 선거로 공교육 접수
심지어 5명의 특채 합격자 중 한 명은 2018년 교육감 선거에 예비후보로 출마했다 조희연과 단일화 경선에서 패하자 조희연 선거운동을 도운 사람이다. 또 한 명은 2014년과 2018년 조희연의 선거참모였다. 전교조에 빚졌다는 이유만으론 이렇게까지 못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


그는 교육보다 비합법조직운동에 천착해온 정치적 교수였다. 1950년대 통일혁명당(통혁당), 1970년대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남민전), 1980년대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등 대한민국 전복을 노렸던 좌파조직들을 연구한 그의 박사논문 ‘현대 한국사회운동과 조직’이 책으로 나와 있다.

성공회대 교수 때도 조희연은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연구소’ 소장, 교수들의 전교조라 함직한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 상임의장을 하는 등 끊임없이 ‘운동’을 한 사람이다. 즉 비합법정치운동을 선거라는 합법적 제도를 통해 공교육에 침투시킨 지식운동가로서 제대로 ‘정치’를 해낸 셈이다.

● ‘친미반공분단체제’ 속의 통혁당 사건
그가 우리나라 정치사를 보는 눈은 평범한 국민과 같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는 신영복, 한명숙 전 총리의 남편 박성준은 통혁당 사건으로 복역한 바 있다. 일각에선 ‘조작’된 사건이라고 주장하지만 조희연은 그렇게 안 본다.

“1945년 해방과 함께 조선은 독립된 국가의 발전 방향을 둘러싼 전면적 투쟁기로 들어서게 된다. … (남한에는) 이른바 극우적인 ‘친미반공분단체제’가 출연했다”(1960~70년대 공안조직사건과 ‘비합법정치’).

조희연의 눈에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한 국가라 할 수 없다. 북한은 1960년 남한에 ‘(민족해방)혁명참모부로서의 지하당’ 필요성을 제기했고, 통혁당은 북과 연계된 비합법정치운동의 형태로 나타난 전위정당이었다.

1969년 1월 25일 통일혁명당 사건 판결 공판에 참석해 유죄 판결을 받고 있는 당시 피고인들. 왼쪽 아래 작은 사진이 박성준. 동아일보DB


● ‘일제고사를 안 볼 권리’는 급진민주주의다!
과거 혁명조직 연구에 그치지 않았다는 데 조희연의 ‘미덕’이 있다. 2010년 그는 “마르크스주의 연구‘지에 ”’일제고사를 보지 않을‘ 급진적 자유권이 확장되어가야 한다“고 논문 ’급진민주주의론의 정립을 위한 한 탐색‘을 썼다.

’부르주아 민주주의(쉽게 말해 대의민주주의)를 절대적인 것으로 간주하지 않고 제도정치, 대중의 직접행동, 운동정치 등의 상호작용 속에서 민주주의적 변혁주의를 포착‘한 결과, 조희연은 2014년과 2018년 서울시교육감에 연거푸 당선된 것이다.

전교조 해직교사를 불법적으로 특채해놓고 잘못한 게 없다는 조희연 주장은 숱한 내로남불의 일각일 뿐이다. 기회는 평등하지 않고, 과정은 공정하지 않으며, 결과는 정의롭지 못한 좌파들의 나라임을 실감나게 알려준 조희연에 경의를 표한다.

● 내 자식은 변호사, 남의 자식은 모른다?
그가 지향하는 급진민주주의, 민주주의적 변혁주의(혁명주의-라고 조희연이 써 놨다)란 자본주의를 넘어 평등성을 급진적으로 확장한 것을 뜻한다(베네수엘라 차베스식 사회주의, 아니면 북한식 사회주의라는 합리적 의심을 금할 수 없다). 부르주아 민주주의(즉 대의민주주의)를 폄훼하는 그로선 대한민국 법치도, 감사원도 우습게만 보일 것이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생전 모습.

자기 아들은 외고 나와 (외국어 교사나 교수도 아닌) 로펌 변호사로 만들어놓고 외고·자사고 폐지를 주장한 행태는 언급하고 싶지도 않다. 제 자식은 용 만들겠다고 기를 쓰면서 남의 자식들은 혁신학교 나와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로 살게 함으로써 급진민주주의를 실현시킨 좌파 운동꾼들 위선에 치가 떨린다.

매년 10조 예산을 주무르는 조희연이 속죄할 방법이 딱 하나 있긴 하다. 코로나19까지 겹쳐 아이들 교육에 더 무심해진 교사들 월급 깎아 불쌍한 학부모들 위해 학원비를 대주는 것이다! 그것도 못한다면 ’부모계급‘이 똘똘 뭉쳐 내년 교육감 선거에서 쫓아내는 길밖에 없다.

김순덕 대기자 dob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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