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엔 실패 용인하는 문화를
실행 단계엔 예산 등 자원 투입
리더 역할도 단계 따라 변해야
게티이미지뱅크
애플의 매킨토시, 3M의 포스트잇, 구글의 지메일은 모두 직원들의 주도적인 ‘사내 기업가정신(Intrapreneurship)’에서 탄생한 혁신의 아이콘이다. 많은 기업이 이런 ‘대박’을 꿈꾸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직원들에게 자유 시간을 부여하지만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유가 뭘까? 최근 기업 내 혁신 과정을 심층 분석한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연구진은 사내 기업가정신을 하나의 단일한 과정으로 보는 접근법의 한계를 지적했다. 연구진은 다양한 산업군에 속한 34개 기업의 직원 81명을 심층 인터뷰해 사내 혁신이 ‘기회 탐색-아이디어 창출-추진-실행’이라는 4가지 뚜렷한 단계를 거치는 비선형적이고 복합적인 과정임을 밝혀냈다.
먼저 기회 탐색 및 아이디어 창출 단계에서는 ‘혁신 문화’와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직원들이 과도한 업무량에 시달리거나 장기근속에 따른 타성에 젖어 있을 때 혁신의 씨앗은 말라버린다. 이 시기에는 해커톤이나 아이디어 회의 같은 구조화된 활동과 신규 입사자의 신선한 시각이 혁신을 촉진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아이디어가 싹을 틔웠다면 추진 단계에서 이를 경영진과 동료들에게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시기에는 아이디어 자체의 창의성뿐만 아니라 동맹을 구축하고 지지를 끌어내는 능력이 핵심적으로 작용한다. 훌륭한 아이디어라도 사내 연합을 구축하지 못하면 그대로 사장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실행 단계에서는 구체적인 실행력과 예산, 인력, 시간 등 실질적인 자원 투입이 성공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다. 또한 이 단계에서는 관료주의적 장벽과 자원 부족, 부서 간 이기주의 등이 주요 방해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경영진의 강력한 지지와 적극적인 장애물 제거가 필수적이다.
이 연구가 기업 경영진에 주는 시사점은 예산, 자율성 등 단순히 자원을 던져주는 것만으로는 결코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예산이나 20% 자유 시간 같은 제도적 장치는 열린 소통이나 경영진의 지원 같은 조직적 조건과 결합될 때 의미를 갖는다.
특히 주목할 점은 과도한 자율성이 오히려 혁신을 망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규율 없는 자율성’이라 칭하며 적절한 감독과 책임감 부여 없이 너무 많은 자유를 주면 아이디어가 끝까지 추진되지 못하고 중간에 흐름이 끊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인터뷰 참여자는 “아이디어를 내면 일단 해보라고 하지만 아무도 진행 상황을 묻지 않아 결국 흐지부지된다”며 방임형 자율성의 한계를 지적했다.
결국 사내 혁신을 성공시키기 위해 리더는 단계에 따라 역할을 달리하는 지원자이자 조정자가 돼야 한다. 초기 단계에서는 직원들의 실패를 용인하고 자유로운 탐색을 장려하되 아이디어가 구체화되는 실행 단계에서는 공식적인 멘토링, 부서 간 협업 조정, 자원 배분 등 명확한 가이드와 시스템을 제공해야 한다. ‘돈만 주면 알아서 하겠지?’라는 방임과 과도한 자율성은 혁신에 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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