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노사합의 후폭풍]
반도체-非반도체 양극화 우려 속 노동계 “협력업체에도 이익 배분을”
연봉 1억 삼전 직원, 성과급 6억땐 소득세 1274만원→2억4719억원
일부 주주들 “영업익 연동 위법”
찬반투표 하루 앞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삼성전자 2026년 임금협약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하루 앞둔 21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당초 노조는 이날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었지만, 전날 오후 11시 반경 사 측과 극적으로 잠정합의안에 서명하며 파업은 보류됐다. 평택=뉴스1
삼성전자 노사가 잠정 합의한 특별성과급 협약이 다른 회사는 물론이고 같은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10배 이상의 보상 격차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 산업계 전체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인공지능(AI) 붐으로 천문학적 수익을 내는 반도체 기업과 다른 대기업들 사이의 성과급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메모리 1인당 성과급 6억 원
21일 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잠정합의안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메모리사업부 직원 한 명이 받는 올해 성과급은 6억 원(연봉 1억 원 기준)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 노사는 전날 DS부문에 한해 영업이익의 10.5%를 특별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300조 원으로 추산하면 31조5000억 원을 반도체 직원 약 7만8000명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해야 한다.
DS 내에서도 사업 성과가 좋은 메모리사업부 직원들은 부문 전체에 주는 특별성과급(1인당 1억6200만 원)과 사업부 특별성과급(3억9700만 원)을 받는다. 여기에 기존에 시행해 오던 초과이익성과급(OPI·영업이익의 1.5% 수준)도 추가된다. 반도체 영업이익이 역대급인 만큼 연봉 1억 원인 직원은 OPI를 한도인 연봉의 50%, 5000만 원까지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모두 합치면 연봉 1억 원 외에 성과급으로 6억900만 원을 받는 셈이다.
반면 모바일(MX), 가전(CE) 등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기존 OPI 외에 상생협력 차원에서 자사주 600만 원어치가 지급되는 데 그친다. 연봉 1억 원인 DX 소속 직원이 OPI를 한도까지 받더라도 성과급이 5600만 원에 그쳐 같은 연봉인 메모리사업부 직원의 10분의 1에 미치지 못한다.
삼성전자 직원들이 내는 세금도 크게 뛸 것으로 전망된다. 국세청 모의 계산에 따르면 연봉 1억 원인 삼성전자 직원이 성과급으로 6억 원을 받을 경우 내야 하는 소득세는 기존 1274만 원에서 2억4719만 원까지 오른다. 배우자와 8세 이상 자녀가 있는 3인 가구 기준 계산 결과다.
DS 대상 특별성과급은 세금을 뺀 후 전액 자사주로 지급되며 10년 동안 시행한다. 다만 사 측은 근로 의욕 유지를 위해 2028년까지는 매년 영업이익 200조 원을, 2029∼2035년은 100조 원을 달성해야 특별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 더 커지는 기업 양극화… “협력업체 배분” 요구도
산업계는 한국 기업들이 반도체와 비(非)반도체로 나뉘는 현상이 생기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앞서 이미 성과급을 영업이익 10%로 연동한 SK하이닉스 역시 1인당 7억 원 가까운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예상 영업이익 250조 원의 10%인 25조 원을 직원 수 3만5000명으로 나눈 수치다. 실제 한국거래소가 올 1분기(1∼3월) 상장법인 727곳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두 곳이 전체 영업이익 109조 원의 77%를 차지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같은 대기업 내에서도 AI 붐으로 호황을 맞은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 차이가 벌어지며 기업 간 양극화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앞으로 많은 기업 근로자들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보상을 요구할 텐데 대부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주 반발도 거세다. 삼성전자 소액주주들이 모인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는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전 영업이익의 12%를 성과급으로 연동·할당하는 노사의 잠정 합의는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세금도 떼기 전에 영업이익 일정 비율을 제도적으로 나눠 갖는다는 것은 투자자도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이재명 대통령 발언을 내세우기도 했다.
노동계에선 협력업체 이익 배분까지 요구하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21일 논평에서 “대기업의 성과는 원청 내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도 성과의 과실이 공정하게 배분될 수 있도록 납품단가 구조 개선, 기술·생산 이익 공유 등 산업 생태계 전반을 혁신하는 실질적인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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