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용량 줄인 꼼수 제품 4개 중 1개… 용납 못 할 ‘소비자 기만’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4월 12일 23시 24분


6일 서울 시내 한 하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기사와 관련없는 자료사진)  2026.4.6 뉴스1
6일 서울 시내 한 하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기사와 관련없는 자료사진) 2026.4.6 뉴스1
쌀, 라면, 우유, 세제 등 시중에서 판매되는 정량 표시 상품 4개 중 1개꼴로 실제 내용량이 표시 용량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부 국가기술표준원이 1002개 제품의 내용량을 조사한 결과 정량보다 적게 넣은 상품이 251개나 됐다. 360mL 짜리 소주 한 병을 샀는데 10.8mL가 덜 들어 있는 식이다. 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내용물을 줄이는 방식으로 사실상 가격 인상 효과를 노린 ‘슈링크플레이션’이 확인된 셈이다.

정량 표시 상품이란 화장지, 과자, 우유 등 제품 포장에 길이, 질량, 부피 등을 표시한 상품이다. 현행 법령에는 원료의 특성이나 제조 공정상의 기술적 한계를 감안해 허용 오차를 두고 있다. 200mL 우유의 허용 오차는 9mL인데, 9mL까지 줄여 담아도 처벌받지 않는 규정을 악용하면 소비자는 손해를 보더라도 기업으로선 원가 절감을 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제품 용량이 표시량보다 적은 상품은 25%였지만 법적 허용 오차를 벗어난 경우는 2.8%에 불과했다. 법적 기준은 지켰다지만 표시량만 믿고 사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 아닌가.

이런 편법 인상을 막으려면 개별 제품 용량이 허용 오차만 지키면 되는 수준을 넘어서 같은 제품군의 평균 내용량이 표시량 이상이 되도록 규정을 바꿔야 한다. 조사 상품 수를 확대할 필요도 있다. 정량 표시 상품 시장 규모가 400조 원에 이르지만 연간 조사 대상 상품은 1000개밖에 안 된다. 독일은 6만 개, 일본이 16만 개임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다. 용량을 교묘히 줄여 얻는 이익이 적발 시 치러야 할 대가보다 훨씬 크다면 편법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울 것이다. 표시 용량을 지킨 기업만 손해를 보는 구조라면 누가 정직하게 장사하려 들겠나.

중동 전쟁에 따른 글로벌 유가 상승으로 올해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때일수록 슈링크플레이션이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가 제품의 용량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표시 규정을 강화하고, 용량 변경 여부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조사 전담 기관을 지정할 계획이다. 정기적인 조사를 통해 제품 용량으로 장난치는 기업과 상품을 잡아내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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