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검사에 생성형 AI 도입하니, ‘가짜 불량’ 판정률 10%→0%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3월 20일 04시 30분


[K제조 바꾸는 AI로봇]
〈9회〉 LS일렉트릭의 AI 제조 혁신
부품 공급부터 조립, 포장까지 자동화… 2023년 생성형 AI 붐에 AI 도입 가속
엔비디아와 손잡고 디지털 트윈 진화… 사람 눈으로 못보는 곳까지 속속 관리

LS일렉트릭 충북 청주 공장에서 로봇 팔이 제품 불량을 검수하는 과정을 한 직원이 살펴보고 있다. 이 로봇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수천 장의 불량 이미지를 학습해 정확도를 높였다. 청주=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LS일렉트릭 충북 청주 공장에서 로봇 팔이 제품 불량을 검수하는 과정을 한 직원이 살펴보고 있다. 이 로봇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수천 장의 불량 이미지를 학습해 정확도를 높였다. 청주=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최근 찾은 LS일렉트릭 충북 청주 공장. 카메라를 탑재한 로봇팔이 완성된 전력차단기 제품을 상하좌우 곳곳에서 찍고 있었다. 로봇이 찍은 제품 사진은 인공지능(AI)이 실시간으로 분석해 하자가 없는지 체크한다. LS일렉트릭은 2023년 제품 검수 과정에 생성형 AI를 도입해 작업 효율을 크게 개선했다. 회사 관계자는 “불량이 아닌 제품을 불량으로 판독할 확률이 이전에는 10%였지만 이제는 0%”라고 말했다.

전 세계 전력망 시장을 공략하는 LS일렉트릭은 제조 현장에 최첨단 AI를 활용해 생산성 확대와 품질 혁신에 나섰다. 단순한 설비 자동화를 넘어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진화하는 지능형 스마트팩토리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 AI 도입 이후 불량률 ‘0.0007%’

LS일렉트릭 직원들이 자동화된 제조 공정을 관리, 점검하는 모습. 청주=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LS일렉트릭 직원들이 자동화된 제조 공정을 관리, 점검하는 모습. 청주=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AI 로봇팔이 도입된 LS일렉트릭 청주 공장 G동은 부품 공급부터 조립, 시험, 포장 등 전 라인에 걸쳐 자동화 시스템이 구축됐다. 이곳에서는 산업용 차단기와 전자개폐기를 각각 연 2600만 대와 1200만 대 생산한다. 공장 내부에 들어서면 20여 대의 무인운반차(AGV)와 자율주행로봇(AMR)이 프로그래밍된 명령과 AI의 실시간 트래픽 분석에 따라 막힘없이 부품을 실어 나른다. 라인마다 직원 1, 2명만 공정이 잘 돌아가는지 관리하면 된다.

청주 공장은 재고까지 자동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각 라인의 자동화기기가 제조실행시스템(MES)과 연계돼 라인당 하루 평균 50만 건 이상의 데이터가 쏟아져 나와 빅데이터로 활용된다. LS일렉트릭은 이를 바탕으로 정확히 제조에 쓰는 자재 재고를 매일 1.5일분을 넘기지 않도록 통제해 재고 낭비를 원천 차단한다.

LS일렉트릭은 이 같은 데이터 인프라 위에 2023년부터 제품 검수 과정에 생성형 AI를 도입했다. 로봇이 제품을 검증할 때 핵심은 ‘정상적인 모습’을 아는 것보다 ‘무엇을 불량으로 잡아낼지’를 정확히 판단하는 데 있다. 과거에는 컴퓨터가 학습할 불량품 샘플을 만들기 위해 사람이 직접 멀쩡한 제품에 흠집을 내거나 비틀어 하자를 만들어야 했고, 이마저도 하루에 10여 장을 만들기 벅찼다.

하지만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불량 샘플 몇 개만 줘도 각양각색의 가상 불량 제품 이미지 수천 장을 순식간에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이를 컴퓨터 비전에 학습시킨 결과, 제품 검증의 정확도와 속도가 대폭 개선됐다.

자료: LS일렉트릭
자료: LS일렉트릭
산업 현장에서는 제품에 하자가 없는데도 기계가 불량이라고 잘못 판정하는 이른바 ‘과검률’이 양산 비효율의 가장 큰 주범으로 꼽힌다. 기존 로봇 검증기는 100개의 불량을 잡아내면 그중 10개가 정상품인 10%의 과검률을 보였으나, 생성형 AI 도입 이후 이 수치는 완벽한 ‘0%’가 됐다. 로봇이 불량으로 판정하는 제품은 실제로도 모두 불량품이란 얘기다. 이를 기반으로 공정의 완성도를 높이며 LS일렉트릭 청주 공장 전체의 불량률은 글로벌 스마트 공장 최고 수준인 7PPM(100만분의 7)이 됐다.

● 디지털 트윈으로 공장 구석구석 관리

LS일렉트릭은 이제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을 통해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을 고도화하며 공장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데이터 분석 전문기업 사이트머신 등과 손잡고 공장 전체의 라인 운영을 가상 공간에 똑같이 본떠 컴퓨터상에서 통제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MS 클라우드와 엔비디아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옴니버스’를 결합해 시스템을 구축하고, 여기서 나오는 데이터를 사이트머신과 분석해 공장을 고도화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고화질 렌더링과 게임 엔진에 쓰이는 ‘레이 트레이싱(빛 반사 및 질감 표현)’ 기술까지 도입해 가상 공장을 실제와 동일하게 만들었다. 김형규 LS일렉트릭 스마트팩토리팀 매니저는 “덕분에 가상공간 안에서 AI 로봇을 학습시키고 신뢰성 높은 데이터를 추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디지털 트윈 적용 사례가 ‘진공로(진공홀)’ 공정이다. 이 공정은 폐쇄된 공간 안에서 높은 열을 가해 용접하는 공정이다. 한 번 설비를 가동하면 16시간 동안 문을 닫아야 한다. 이 때문에 내부 온도가 골고루 퍼졌는지, 공정이 제대로 진행 중인지 육안으로 파악하기 불가능했는데 디지털 트윈을 통해 해결했다. 물리적으로 문을 열지 않고도 내부의 열 분포와 가동 상황을 가상공간에서 실시간으로 투시하듯 들여다보고 시뮬레이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청주 공장의 에너지소비효율도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생산 데이터와 에너지 데이터를 연계해 각 설비의 전력 사용량과 탄소 배출량을 실시간으로 추적·제어한다. 이를 통해 에너지 사용량을 해당 시스템 도입 전과 비교해 60% 이상 절감했다. 조욱동 LS일렉트릭 AP·EMEA 사업본부장은 “이는 유럽연합(EU) 등을 중심으로 강화되는 ESG 환경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국내 최대 클라우드 기업인 네이버클라우드와 손잡고 전력설비 진단에 AI 모델을 적용한 AI 에이전트 솔루션 공동 개발에 나섰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이 솔루션이 도입되면 비숙련자도 대화형 AI의 도움을 받아 손쉽게 복잡한 전력 설비를 관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LS일렉트릭#인공지능#생성형 AI#스마트팩토리#디지털 트윈#불량률 감소#자동화 시스템#빅데이터#AI 에이전트 솔루션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