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 ‘1차 관문’ 러트닉도 못넘어… “불확실성 당분간 지속”

  • 동아일보

[美, 관세 인상 공세]
김정관, 두차례 회동에도 ‘빈손 귀국’
“투자 지연 아니다” 잇단 설득에도
美는 관세 인상 실무작업 들어가
“농산물 개방-플랫폼 규제 등 놓고 트럼프 관세 압박 가능성” 우려도

러트닉 두번 만났지만…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관세 등 통상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러트닉 두번 만났지만…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관세 등 통상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29일과 30일(현지 시간) 두 차례에 걸쳐 직접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얼굴을 맞대고 설득했다. 하지만 한국에 상호관세와 자동차 품목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는 미국의 압박을 누그러뜨리지 못했다.

미국 측이 관세 인상을 위한 관보 게재 준비 작업에 착수하면서 한국 수출 기업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에 그치지 않고 한국에 대한 관세 압박 카드를 계속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관세 불확실성이 짙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韓 “대미 투자 늦추는 것 아냐” 설득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정부가 대미 투자에 속도를 내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한국 국회가 우리의 역사적인 무역 합의를 입법화(enact)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자동차 목재 의약품 및 기타 모든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관세 인상 배경을 언급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역시 CNBC 인터뷰에서 “한국 국회가 아직 무역 합의를 통과시키지 않았다”며 “그들이 승인하기 전까진 한국과의 무역 합의는 없다”고 경고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1월 26일 한미전략투자공사 설립 등의 내용을 담은 대미투자특별법을 발의했지만, 두 달이 지나도록 통과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2026년도 예산안을 처리하느라, 지난달에는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하느라 법안을 제대로 논의하지 못해서다.

김 장관은 “이행 안 하려고 하거나 지연하려는 게 아니라고 (미국 측에) 충분히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 측 해명에도 미국은 관보 게재 등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실무 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 장관은 ‘대미투자특별법 입법 전에라도 투자 속도를 내기 위해 프로젝트에 대한 예비검토 계획이 있느냐’는 질의에 “따로 특별하게 지침을 받은 건 없다”며 “좀 더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5일까지 미국에 남아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 논의를 계속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국회 온라인플랫폼법 논의와 쿠팡 청문회 등이 이번 관세 인상 발표 원인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에 반발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카드를 꺼냈다는 것. 하지만 김 장관은 “그런 논의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이슈”라며 “(미국도) 그게 중요하게 관세에 영향을 미칠 만한 영향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부인했다.

“불확실성 한동안 계속될 것”

김 장관은 미국과 논의를 거쳐 불필요한 오해를 해소했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한동안 관세 협상과 관련한 불확실성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산업부 무역위원장)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상시 외교 압박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원-달러 환율이 높게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대규모 대미 투자를 빠르게 진행하긴 어려울 수 있다. 미국에선 다시 이를 문제로 관세 인상 압력을 넣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도 내다봤다.

디지털 규제와 농산물 개방 등 비관세 조치를 다루는 향후 협상에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로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유럽연합(EU), 일본 등과 비교해 외교적으로 협상력이 부족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농산물 시장 개방, 플랫폼 기업 규제 등을 거론하며 다시 관세를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 발표가 한국에 기존 협의의 이행에 속도를 내라는 압박 수단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미국이 실제로 상호관세를 25% 부과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 선거를 앞두고, 관세 압력을 넣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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