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 사상’ 70대 택시기사 모르핀 검출… “사고 영향여부 조사”

  • 동아일보

‘종각역 사고’ 운전자 구속영장 신청… 경찰 “감기약 등 장기복용 가능성”
작년 택시기사 절반이 65세 이상… 서울 택시사고 83%는 고령 운전자
전문가 “운전 적합성 종합 판단하고, 약물 관련 구체적 규정 만들어야”

2일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에서 택시를 몰다 14명의 사상자를 낸 70대 택시 운전사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사고 직후 이 운전자에 대한 약물 간이 검사에서 모르핀 성분이 검출돼 경찰은 약물 복용이 사고에 미친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정밀 분석과 경위 조사를 병행하고 있다.

● 운전자, 모르핀 검출… 국과수 정밀검사

4일 서울 종로경찰서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상)과 도로교통법 위반(약물운전) 등 혐의로 70대 택시 운전사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2일 오후 6시 7분경 종각역 인근에서 택시를 몰다 1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치는 다중 추돌사고를 낸 혐의를 받는다. 사고 차량은 2022년 9월 등록된 이후 이번 사고 전까지 총 4건의 사고 이력이 있었다.

경찰이 사고 직후 실시한 간이 검사 결과 운전자의 몸에서는 모르핀 성분이 검출됐다. 경찰은 감기약이나 진통제 등 처방약을 장기 복용해 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정밀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감기약에 포함된 코데인 등 성분은 대사 과정에서 모르핀으로 전환될 수 있다. 음주 수치는 나오지 않았고 운전자는 조사에서 차량 급발진을 주장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이번 사고로 숨진 40대 여성의 빈소는 서울의 한 대형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지인 등에 따르면 숨진 여성은 인근 은행에서 근무했고, 사고 당일 퇴근하던 중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 “자격 검사 강화하고 약물 운전 기준 만들어야”

이번처럼 고령 운전자가 낸 사고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내 택시 사고 1986건 가운데 60세 이상 운전자가 낸 사고는 1647건(82.9%)이었다. 전국 택시 운전사 23만7442명 가운데 65세 이상은 11만7031명(49.3%)이다. 또 경찰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2024년 4만2369건으로 2020년(3만1072건) 대비 36.6% 증가했다.

이에 따라 고령 택시 운전사의 자격 관리를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65세 이상 버스·택시·화물차 운전사가 운전에 필요한 인지 및 신체 능력을 유지하고 있는지 ‘자격유지 검사’를 실시한다. 65∼69세는 3년마다, 70세 이상은 매년 받는다. 하지만 그동안 합격률이 평균 97.5%에 달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5일부터 판정 기준을 강화해 운영 중이다. 기존엔 7개 항목 중 2개 이상에서 최하인 5등급(불량)을 받아야 탈락했지만 이제는 사고 관련성이 높은 4개 항목 중 4등급(미흡)이 2개 이상만 나와도 부적합 판정을 받는다. 75세 이상의 경우 병원 진단서로 검사를 대신하는 것도 금지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고령화 추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더 촘촘한 기준이 마련돼야 고령 운전자들을 포함한 시민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4등급 1개만으로도 통과되는 현재의 기준이 인지 기능 저하를 완벽히 걸러내기엔 부족하다는 것.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운전 능력 평가 외에도 의료진 등 전문가의 진단을 종합해 운전 적합성을 판단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령 운전자에게 특히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약물 운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자는 제언도 나온다. 현재는 처방 단계에서 약물 복용 후 얼마간 운전해선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고지하는 구체적인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영국과 독일은 향정신성의약품 복용 후 24시간, 호주는 12시간 동안 운전을 금지하고 있다. 이범진 아주대 약학과 교수는 “고령 운전자는 노화로 인해 반응 속도가 저하돼 청년층보다 약물 복용에 따른 부작용 등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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