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원짜리 우크라 드론, 5800억원 러 잠수함 격침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16일 16시 51분


우크라 “수중 드론으로 흑해 잠수함 폭파”
가성비 무기 활용 ‘게임 체인저’ 가능성
美의 종전 압박속 ‘싸울 능력 있다’ 강조
러 “흑해함대 단 한척도 피해 없다” 부인

우크라이나가 독자 개발한 수중 자폭 무인기(드론) ‘서브시베이비(Sub Sea Baby)’로 흑해 노보로시스크의 러시아군의 잠수함을 타격해 심각한 손상을 입혔다고 15일 주장했다. 약 24만 달러(약 3억5000만 원)의 드론으로 약 1667배에 달하는 4억 달러(약 5880억 원)의 잠수함을 타격한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그간 수상 드론을 활용해 유조선 등을 공격해 왔다. 하지만 수중 드론으로 잠수함을 공격했다고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수중 드론의 활용 범위가 기존의 정찰, 기뢰 파괴 업무 등에서 훨씬 넓어져 현대 전쟁의 새로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러시아 측은 잠수함 손상 사실을 부인했다.

이번 발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재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나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같은 날 독일 베를린에서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 고문 등과 만났다. 우크라이나가 자국에 빠른 종전을 압박하는 트럼프 행정부 측에 “여전히 러시아와 맞서 싸울 능력을 갖췄다”는 점을 강조하려 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 24만 달러 드론이 4억 달러 잠수함 타격


우크라이나 보안국 ‘X’
우크라이나 보안국 ‘X’
우크라이나 매체인 키이우포스트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이날 성명을 통해 “‘서브시베이비’가 사상 최초로 러시아 잠수함을 폭파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으로 러시아 잠수함이 심각하게 손상을 입어 사실상 가동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SBU는 러시아 군함들 사이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는 모습을 찍은 영상도 공개했다.

키이우포스트는 이 드론이 “이전에 공개된 적 없는 신형”이라며 승조원 없이 수면에서 운용되는 무인수상정(USV·Unmanned Surface Vehicle) ‘시베이비’의 수중 버전일 가능성을 거론했다. 2022년 공개된 시베이비는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한 뒤부터 우크라이나가 흑해에서 러시아를 공격하는 무기로 활용돼 왔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달 10일에도 시베이비로 러시아 유조선을 공격했다.

이번에 공격당한 러시아 잠수함은 디젤 엔진을 부착한 ‘바르샤반카’(킬로)급 잠수함이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때 쓰는 ‘칼리브르’ 순항미사일 발사대 4대를 싣고 노보로시스크항에 정박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공격이 사실이면 러시아군에 상당한 재정적 손실을 입힐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로이터통신은 “노보로시스크항은 러시아 흑해 함대에 비교적 안전한 항구로 여겨져 왔다”며 “공격이 사실이면 전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알렉세이 룰레프 러시아 흑해 함대 대변인은 “노보로시스크 해군 기지에 정박한 흑해 함대의 수상 함정이나 잠수함 중 단 한 척도 공격에서 피해를 입지 않았고 승조원도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둘러싼 동상이몽

우크라이나 보안국 ‘X’
우크라이나 보안국 ‘X’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이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고 강조했다. 윗코프 특사와 쿠슈너 전 고문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에 ‘집단방위’를 명시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조약 5조와 유사한 안보 보장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 또한 서방의 유효한 안보 보장이 있다면 나토 가입을 포기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를 합한 지역)를 둘러싼 양측 이견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완전 포기를 원하고 우크라이나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 지원을 둘러싼 서방 내부의 이견도 상당하다. 15일 폴리티코유럽은 독일, 프랑스, 미국, 영국, 캐나다 국민 1만여 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줄여야 한다”는 답이 우세했다고 밝혔다. 반면 영국, 미국, 캐나다에서는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상대적으로 많았다고 공개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잠수함#젤렌스키 대통령#전쟁 종전 협상#수중 자폭 무인기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