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사법리스크 종료-실적 개선 자신감… ‘JY 경영’ 새판 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8일 01시 40분


이재용 ‘뉴 삼성’ 시동사업지원
TF, 상설 조직인 ‘실’로 승격
정현호 부회장→박학규 사장 세대교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K-POP 광장에서 열린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0.30/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K-POP 광장에서 열린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0.30/뉴스1
삼성전자가 8년 동안 지속된 비상경영 체제를 마무리하고 ‘뉴 삼성’에 시동을 걸었다. 사법 리스크를 털어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앞으로 책임 경영 체제를 갖추고 ‘초격차’ 혁신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7일 임시 조직이었던 사업지원태스크포스(FT)를 상설 조직인 사업지원실로 바꾸고, 첫 실장에 박학규 사장을 임명했다. 기존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이던 정현호 부회장은 회장 보좌역으로 역할이 바뀌었다. 회장 보좌역은 사실상 명예직으로,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진 2017년 이후 이 회장을 보좌해 온 정 부회장이 2선으로 물러난 것이다.

이와 동시에 사업지원TF가 정식 조직인 사업지원실이 됐다. 사업지원실은 전략팀, 경영진단팀, 피플팀 등 3개 팀으로 구성됐다. 전략팀장은 최윤호 경영진단실장(사장)이 맡게 됐다. 박 사장과 최 사장 모두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을 거쳤다. 이 밖에 주창훈 부사장이 경영진단팀장, 문희동 부사장이 피플팀장에 각각 선임됐다.

이번 인사에 대해 취임 3주년을 맞은 이 회장의 향후 삼성 구상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업지원TF 중심의 ‘임시 체제’를 끝내고 조직 안정에 나섰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달 중순으로 예고된 삼성 사장단 인사 및 조직 개편 폭도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8년만에 ‘사업지원실’로 승격
1964년생 박학규 사장이 지휘… 팀장 3명 중 2명 1970년대생
“AI-로봇 등 미래사업 추진력 강화”… 후속 조직개편-사장단 인사 촉각
삼성전자가 2017년 이후 8년 만에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를 상설 조직인 ‘사업지원실’로 격상하고 ‘뉴 삼성’ 비전 실행을 뒷받침할 조직 체계를 마련했다. 비상경영체제를 종료하고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미래 사업의 추진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쇄신에 나선 것이다.

그동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보좌하던 정현호 부회장이 용퇴를 결정하면서, 이르면 이달 중순 사장단 인사를 통해 세대 교체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8년 만에 사업지원실 격상

7일 재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후임 육성을 위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이 회장에게 전달했고, 이 회장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올 7월 대법원의 무죄 판결로 해소되고 삼성전자 실적이 개선되면서 2선으로 물러날 환경이 마련됐다.

신임 사업실장인 박학규 사장은 1964년생으로 전임 정 부회장보다 네 살 젊다. 박 사장은 DS부문 경영지원실장(CFO·사장), 2022년 DX부문 경영지원실장을 담당하는 등 주요 사업 부문을 모두 경험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주요 요직을 두루 섭렵했고, 재무·전략에도 능통하다”고 설명했다.

신설 사업지원실은 50∼60명의 인원으로 전략팀과 경영진단팀, 피플팀 등 3개 팀으로 꾸려졌다. 삼성전자 및 삼성전자 계열사의 경영 전략과 신사업을 기획하는 전략팀장은 최근까지 삼성글로벌리서치(SGR·옛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진단실장을 맡았던 최윤호 사장이 맡게 됐다. 최 사장은 1963년생으로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을 비롯해서 주요 요직을 거쳤다. 1970년대생 부사장들이 팀장으로 발탁됐다. 삼성전자의 주요 사업 컨설팅과 진단 등을 담당하는 경영진단팀장은 주창훈 부사장(55)이 맡았다. 주 사장은 사업지원TF 발족 시 인사 담당 상무로 합류한 뒤 성과를 냈다. 인사 담당인 피플(People)팀장에는 조직 내 ‘인사통’인 문희동 부사장(54)이 임명됐다.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뉴 컨트롤 타워’가 구축되면서 예전 삼성그룹 전체의 ‘브레인’ 역할을 맡던 미래전략실이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주요 대외 업무를 담당하는 법무, 홍보, 대관 등의 기능이 별도 조직으로 있어 이번 조직 개편을 미래전략실 부활로 보는 분석에 선을 그었다. 삼성 관계자는 “미전실은 인원이 100명이 넘었고, 삼성전자 외에 그룹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사업지원실은 삼성전자의 사업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조직”이라고 말했다.

● 사장단 인사, 세대 교체 속도 낼 듯

이번 조직 개편으로 취임 3주년을 맞은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털어내고 뉴 삼성 비전 실행을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 위기론’을 불렀던 삼성전자 실적이 최근 가파르게 개선된 것도 이 회장이 과감하게 조직 개편에 나선 배경으로 꼽힌다.

이 회장은 최근 직접 나서 테슬라, 애플,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와의 대규모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수주를 잇따라 따냈다. 여기에다 최근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치킨집에서 이른바 ‘치맥 회동’을 하는 등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세대 교체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이달 중순에 있을 삼성의 후속 조직 개편과 사장단 인사에도 큰 폭의 변화가 예상된다. 앞서 이 회장은 올해 3월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해야 한다”면서 위기 돌파를 주문하는 등 ‘이재용식 경영’을 위한 판짜기에 나서기도 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노태문 DX부문장 직무대행(사장)이 ‘직무대행’ 꼬리표를 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노 사장은 올 3월부터 DX부문장 직무대행을 맡아 조직을 이끌어 왔다. 노 사장이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과 품질혁신위원장까지 담당하고 있어 일부 업무를 덜어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이 겸직하는 메모리사업부 수장도 변화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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