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중지법’ 여론 들끓자… 대통령실 “정쟁 끌어들이지 말라” 제동

  • 동아일보

與 ‘재판중지법 추진’ 하루만에 철회
대통령실 “黨이 성급하게 앞서나가… ‘李 본인 관련 법안 추진말라’ 뜻 확고”
형법상 배임죄 폐지는 계속 추진 방침
野 “여론 역풍 의식 일시적 숨고르기”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왼쪽)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3일 국회에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현직 대통령의 형사재판을 중지하는 이른바 ‘국정안정법’(재판중지법)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왼쪽)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3일 국회에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현직 대통령의 형사재판을 중지하는 이른바 ‘국정안정법’(재판중지법)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현직 대통령의 형사재판을 중단하는 이른바 ‘재판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 방침을 밝힌 지 하루 만에 대통령실이 직접 “대통령을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라”며 제동을 걸었다. 민주당이 재판중지법을 추진한 데 대해 대통령실이 이례적으로 공개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달 31일 1심 법원이 대장동 일당 5명에게 중형을 선고하자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책임이 드러났다”며 총공세에 나선 상황. 이에 민주당은 1일 재판중지법을 ‘국정안정법’으로 규정하며 입법 추진을 본격화하는 등 여야 충돌이 확산하자 대통령실은 여당이 실효성이 없는 재판중지법을 추진해 오히려 불필요한 논란을 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 與 재판중지법 추진에 대통령실 공개 제동

민주당 지도부는 3일 오전 중 긴급 간담회를 거쳐 재판중지법 추진 중단 결정을 전격 발표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긴급 브리핑을 열고 “최고위원회 뒤 정청래 대표 등 당 지도부의 간담회를 통하여 국정안정법을 추진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앞서 최고위원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재판중지법과 관련해 “오늘은 그런 내용 (논의가) 전혀 없었다”고 말한 지 1시간여 만에 재판중지법을 백지화한 것이다.

여당 내 재판중지법 논의는 지난달 20일 국정감사에서 김대웅 서울고법원장이 이 대통령 재판 재개에 대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는 취지로 답한 뒤 급물살을 탔다. 대장동 일당 5명이 모두 유죄를 선고받고 국민의힘이 “이 대통령도 유죄”라고 총공세에 나서자 민주당은 2일 재판중지법 추진을 공식화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2일 “논의가 지도부 차원으로 끌어올려질 가능성과, 이달 말 정기국회 내에 처리될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열고 재판중지법 추진을 중단해 달라고 민주당에 요청한 사실을 공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실과 당이 3일 오전에 조율했다”며 “이 대통령은 본인 재판과 관련된 법안을 추진하지 말라는 뜻이 확고하다”고 했다.

대통령실에선 “당이 성급하게 앞서나갔다”는 지적도 나왔다. 앞서 9월 이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 기간에 여당이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를 추진해 논란이 된 가운데,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진행 중인 1일 재판중지법을 공식화하자 대통령실이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달 26∼27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기간엔 정 대표가 법원행정처 폐지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 野 “여론 역풍 의식한 일시적 숨 고르기”

다만 강 실장은 “만약 법원이 헌법을 위반해 종전의 재판 중단 선언을 뒤집어 재개하면 그때 위헌심판 제기와 더불어 입법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당 원내지도부 핵심 당직을 맡은 한 의원도 “재판을 재개하면 재판중지법 처리를 다시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여당은 대장동 사건의 주요 혐의인 형법상 배임죄 폐지도 ‘경제형벌 합리화’ 의제로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법조계에선 배임죄가 폐지되면 이 대통령의 대장동 사건은 ‘면소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배임죄를 폐지하면 재판중지법을 입법하지 않고도 이 대통령의 대장동 사건은 유무죄 판결 없이 종결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결정을 ‘일단 보류’라고 주장하며 압박을 계속했다. 장동혁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추진하지 않겠다는 말은 ‘오늘은 추진하지 않겠다’는 말로 받아들이겠다”며 “이 대통령이든, 정 대표든 책임 있는 사람이 이 대통령 재임 기간에 재판중지법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국민 여론의 역풍을 의식한 일시적 숨 고르기일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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