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이 원할 때 급여를 즉시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근무시간을 크게 늘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급여 지급 시점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임금 인상에 맞먹는 동기부여 효과가 나타났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앤더슨경영대학원의 연구팀은 세계 최대의 ‘기그 경제(gig economy)’ 플랫폼인 우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밝혔다. 우버 운전자들은 주급제로 급여를 받는데, 월요일 오전 4시부터 다음 주 월요일 오전 4시까지 운전한 수입을 그 주 수요일에 일괄 지급받는 식이다. 그런데 우버가 2016년에 ‘인스턴트 페이(Instant Pay)’라는 새로운 기능을 일부 운전자에게 무작위로 제공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는 운전자들이 앱의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누적된 수입을 몇 분 안에 자신의 계좌로 이체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즉 일을 하고 그 대가를 받기까지의 시간을 3일에서 최대 9일까지 단축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즉시 보상’의 결과는 놀라웠다. 인스턴트 페이 옵션을 제안받은 운전자는 그렇지 않은 운전자보다 일일 근무시간은 1.4%, 수입은 1.5% 증가했다. 또한 인스턴트 페이를 실제로 활용한 운전자들에게 미친 효과는 훨씬 더 컸다. 이들의 근무시간은 10%에서 최대 21%까지 증가했으며, 이는 약 11%의 임금 인상에 맞먹는 효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이런 현상이 ‘현재 편향(Present Bias)’ 때문에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편향이란 먼 미래의 큰 보상보다 당장 눈앞의 작은 보상을 선호하는 심리적 경향을 말한다. 일의 수고로움(비용)은 현재 즉시 발생하지만 급여(보상)는 미래에 받는다. 이 시차 때문에 사람들은 일을 미루거나 덜 하려는 경향을 보이는데, 인스턴트 페이는 그 시차를 없앤다. 이는 노력과 보상을 일치시키고 일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왔다.
흥미롭게도 인스턴트 페이의 효과는 기존 주급제에서 급여일과 가장 멀었던 월요일에 1.9%로 가장 크게 나타났고 급여일과 가장 가까웠던 일요일에는 거의 효과가 없었다. 이는 보상이 멀게 느껴질수록 즉시 보상의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실험 전 급여일과 가까운 일요일에 더 많이 일하는 등 원래 ‘현재 편향’ 성향이 강했던 운전자가 인스턴트 페이에 가입할 확률이 훨씬 높았다. 연구 결과, 소득 수준에 따른 효과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는데 이는 운전자들이 단순히 현금이 급해서 인스턴트 페이를 택한 것은 아님을 의미한다.
우버의 실험은 ‘보상의 즉시성’이 인간의 행동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우버처럼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직무에서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급여 지급을 단지 행정적인 절차로만 보지 말고 직원의 동기를 유발하는 심리적 도구로 재고해 볼 만하다는 점을 알려주는 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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