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실패한 계엄이 아니라 예상보다 더 빨리 끝난 것”
金 “견제수단 계엄밖에 없다고 말씀” 발언에 尹 끄덕끄덕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헌재 제공) 2025.1.23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헌법재판소 심리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서 12·3 비상계엄 핵심 관련자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대면했다. 비상계엄 수사가 본격화된 이후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공식 석상에서 처음으로 대면한 것이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 직접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하면서 사전에 모의하는 등 계엄 2인자로 지목된 인물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증인 신문에서 포고령과 관련해 김 전 장관에게 직접 질문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포고령의) 실현 가능성, 집행 가능성이 없는데 상징성이 있으니까 놔두라고 했고, (포고령 5항에 명시된) 전공의 (처단) 이걸 왜 집어넣었냐고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기억이 나나”라고 물었고, 김 전 장관은 “말씀하시니까 기억난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2025.1.23/사진공동취재단윤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비상계엄은 실패한 계엄이 아니라, 예상보다 좀 더 빨리 끝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 신문 과정에서 ‘계엄 실패 원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이에 적극적으로 반박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국회가 계엄해제 요구를 아주 신속하게 한 것도 있고, 저도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 결의가 나오자 마자 군 병력 철수를 지시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 尹, 두번째 탄핵심판 출석…‘증인’ 김용현과 구속후 첫 대면
윤 대통령은 23일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했다.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을 위해 헌재를 찾은 건 21일 열린 3차 변론기일에 이어 두 번째다. 윤 대통령은 3차 변론기일 당시와 마찬가지로 남색 정장 재킷에 붉은 넥타이 맨 채 입정했다. 오른쪽 머리카락만 군데군데 하얗게 센 모습이었다.
윤 대통령은 헌재 대심판정을 둘러보다가 카메라 셔터가 터지자 카메라 쪽을 응시했다. 헌법재판관이 들어오자 가볍게 목례를 한 뒤 착석했다. 변호인단으로부터 건네받은 서류를 들여다보다가 특정 페이지에서 짧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2025.1.23 뉴스1
김 전 장관에 대한 증인 신문은 오후 2시 30분경 시작됐다.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사이에 별도의 가림막은 설치되지 않았다. 국회 측은 4차 변론기일을 앞두고 증인이 윤 대통령 앞에서 진술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로 가림막 설치를 요청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가끔 고개를 숙이거나 고개를 돌렸지만 대부분 김 전 장관을 쳐다보며 증인신문을 지켜봤다. 김 전 장관이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비상계엄밖에 없다’고 대통령이 말했다”고 말하는 동안에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변호인단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5.1.23 사진공동취재단● 金 “제가 비상입법기구 작성” 주장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를 앞두고 당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전달된 ‘비상입법기구’ 내용이 담긴 쪽지에 대해 “제가 작성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3차 변론기일에서 해당 쪽지에 대해 “저는 그걸 준 적도 없다”며 “이걸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국방장관 밖에 없는데 그 때 구속돼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4차 변론기일에서도 비상입법기구에 대해 “(비상입법기구가) 국회 존재를 부정하는 내용이면 (쪽지를) 계엄에 반대하는 기재부 장관에게 줄 건 아닌 것 같다”며 “기재부 장관은 국회가 만든 예산 틀 내에서 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고령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김 전 장관은 ‘포고령을 장관이 직접 관사에서 워드로 작성했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또한 “과거 2018년도 계엄령 문건 파동 관련 자료를 갖고 있던 게 있었다”며 “그런 것들을 참고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아마 제 기억에는 12월 1일 또는 2일 밤에 우리 장관께서 제 관저에 그걸(포고령을) 가지고 오신 거로 기억이 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을 상대로 질문하면서 더불어민주당 당사, 여론조사기관 ‘꽃’에 군 투입을 지시하지 않았다는 증언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절대 하지 마라. 민주당에 보낼 거면 국민의힘에도 보내야 한다’(고 했다.) 꽃도 제가 자른 것 기억하시느냐”고 물었고, 김 전 장관은 “나중에 지시하신 것을 들었다”고 답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