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유산으로 이어지는 자궁근종…로봇 수술로 완성도 높은 치료 기대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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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분당차병원 부인암센터 교수
여성호르몬 분비 주원인으로 추정
자궁근종-자궁내막과 가까울수록, 심한 생리통과 과다 출혈 일으켜
개복-복강경-로봇 등 수술로 치료

이정훈 교수는 최근 단일공 로봇 수술 시스템을 활용해 근종 절제술을 받은 여성 환자의 임신과 출산 예후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다빈치 Xi 시스템으로 단일공 수술을 받은 환자와 다빈치 SP 시스템으로 수술받은 환자의 임신율을 각각 비교해 봤을 때
 다빈치 Xi 시스템 환자군은 54.5%, 다빈치 SP 시스템 환자군은 64.7% 임신에 성공했다. 이는 이전 연구에서 확인된 
개복수술이나 복강경 수술 환자의 임신율과 비교해도 훨씬 나은 결과다.
이정훈 교수는 최근 단일공 로봇 수술 시스템을 활용해 근종 절제술을 받은 여성 환자의 임신과 출산 예후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다빈치 Xi 시스템으로 단일공 수술을 받은 환자와 다빈치 SP 시스템으로 수술받은 환자의 임신율을 각각 비교해 봤을 때 다빈치 Xi 시스템 환자군은 54.5%, 다빈치 SP 시스템 환자군은 64.7% 임신에 성공했다. 이는 이전 연구에서 확인된 개복수술이나 복강경 수술 환자의 임신율과 비교해도 훨씬 나은 결과다.
자궁근종은 가임기 여성의 약 25∼35%에서 발병하는 흔한 양성 종양이다.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지만 초경이 빠르거나 폐경이 늦은 여성, 30∼45세 사이의 발병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아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주된 원인으로 추정된다. 이외에도 가족력, 스트레스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근종의 크기가 크거나 위치가 좋지 않을 경우 불임이나 유산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최근에는 20∼30대 젊은 여성 사이에서도 자궁근종이 발병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정훈 분당차병원 부인암센터 교수에게 자궁근종이 여성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최신 치료법에 대해 들었다.

―자궁근종은 심한 경우 자궁을 떼어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자궁근종이 커지는 것을 환자가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가?

“그렇다. 자궁내막과 근종 위치가 가까우면 생리통이 심해진다거나 생리 양이 많아지는 증상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런데 근종이 자궁 바깥에 자리하거나 자궁 중앙부터 바깥쪽으로 자라나는 경우에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자궁근종이 임신에도 영향을 주는가?

정자와 난자가 수정이 되면 나팔관을 타고 자궁으로 내려오게 된다. 그런데 근종이 있으면 나팔관의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안 좋아진다. 자궁내막과 근종이 가까울 경우에는 착상이 잘 되지 않는다. 착상이 됐다 하더라도 자궁으로부터 태아에게 혈액 공급이 잘 이뤄지지 않아서 태아가 저체중이 된다거나 심할 경우 조기 유산에 이르기도 한다. 또 태아가 성장해서 출산까지 간다 하더라도 조기 출산 확률이 높다. 근종 쪽에 태반이 자리를 잡게 되면 태반이 배출되고 나서 자궁 수축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결국 산후 출혈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근종을 제거하면 이런 요인들이 모두 줄어든다.”

―자궁근종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자궁의 보존 여부에 따라 수술법이 달라진다. 자궁을 보존하지 않는다면 자궁 적출술, 근종만 제거하는 경우라면 근종 절제술을 택한다. 자궁으로 연결되는 혈관을 막아서 근종의 크기를 줄이는 색전술을 시행할 수도 있다.

자궁 적출술과 근종 절제술에 따라 수술법이 또 나뉜다. 개복수술과 복강경 수술, 복강경 수술 중에서도 로봇 수술을 진행할 것인지, 배에 구멍을 3∼4개(다공) 낼 것인지, 1개(단일공)만 낼 것인지 등 세부적인 사항이 달라진다. 수술 방법은 환자가 임신 계획을 갖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임신을 원한다면 근종 절제술을, 출산에 대한 요구가 없다면 자궁 적출술을 고려할 수 있다. 특히 근종 절제술은 자궁을 보존하고 싶은 환자에게 권장되는 치료다.”

―개복수술, 복강경 수술, 로봇 수술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인튜이티브서지컬의 다빈치 수술 시스템은 수술하는 동안 의사 손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변환해 수술 기구를 구부리거나 회전시키는 
동작이 가능하다. 3D 고화질로 수술 부위를 크게 확대해 보는 것도 가능하다. 분당차병원 제공
인튜이티브서지컬의 다빈치 수술 시스템은 수술하는 동안 의사 손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변환해 수술 기구를 구부리거나 회전시키는 동작이 가능하다. 3D 고화질로 수술 부위를 크게 확대해 보는 것도 가능하다. 분당차병원 제공
“수술법을 크게 분류하면 개복수술과 복강경 수술이 있다. 개복수술은 배를 절개해 열어서 하는 제왕절개와 동일한 수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반면 복강경 수술은 배에 구멍을 뚫어 가늘고 긴 수술 기기를 넣어서 진행한다. 이때 수술 기기가 로봇과 연결되면 이를 ‘로봇 보조 수술(로봇 수술)’이라 한다. 복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의 공통된 장점은 침습 부위를 줄인다는 것이다. 수술 시 상처가 크면 클수록 몸에서 스테로이드호르몬이 많이 분비된다. 스테로이드는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구멍만 내면 되는 복강경 수술은 수술 후 상처로 인한 합병증, 통증은 물론 유착 가능성도 줄일 수 있다. 또한 스테로이드호르몬 분비도 줄일 수 있다.”

―환자가 각 수술의 장단점을 정확히 알고 선택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손목이 있는 작은 수술 기구. 사람의 
손처럼 움직이면서 더 넓은 범위의 동작을 구현하는 데 도움을 준다. 분당차병원 제공
손목이 있는 작은 수술 기구. 사람의 손처럼 움직이면서 더 넓은 범위의 동작을 구현하는 데 도움을 준다. 분당차병원 제공
“개복수술의 가장 큰 장점은 근종을 확실하게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집도의가 직접 손으로 병변을 다룰 수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이점이다. 두 번째 장점은 봉합이다. 향후 임신을 원하는 환자라면 근종을 절제하는 것보다 자궁을 단단히 봉합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아무래도 기구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손으로 꿰매는 것이 아직까지는 더 확실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복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은 침투관 구멍을 통해서 체내에 봉합실을 넣는다. 실을 기계로 잡고 제왕절개수술처럼 여러 층으로 봉합을 하는데 일반 복강경 수술 시에는 기구가 움직일 수 있는 각도가 제한적이다. 일자로 된 기계에서 기구를 잡고 열거나 돌리는 동작밖에 할 수 없는데 바로 이 측면에서 로봇 수술의 장점이 부각된다. 로봇 수술은 기기에 손목과 같은 관절이 있기 때문에 원하는 각도와 방향으로 기기를 조정할 수 있다. 마치 개복수술과 유사하게 다양한 각도, 다양한 위치에 있는 부위를 건드릴 수 있고 봉합도 할 수 있다. 따라서 로봇 수술을 활용하면 봉합하는 시간이 훨씬 줄고 수술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봉합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전체 수술 시간이 감소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환자의 마취 시간이 줄어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의사가 원하는 각도와 방향으로 기기를 조정해 개복수술과 유사한 수술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로봇 수술은 마취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의 위험도 감소하고 개복수술과 동일한 치료 효과라는 장점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로봇 수술에도 세부 선택 사항이 있나?

“로봇 수술도 다공 옵션, 즉 배 쪽으로 구멍을 3∼4개 뚫는 수술이 있는 반면 배꼽을 통해 하나의 구멍만 내는 단일공 로봇 수술이 있다. 단편적으로만 봐도 구멍을 여러 개 내는 것보다 1개만 내는 것이 훨씬 낫다. 앞서 말한 것처럼 환자 입장에서도 단일공의 이점이 더 클 것이다. 다공 수술이든 단일공 수술이든 수술의 완성도, 기본적인 결과는 동일하게 이끌어 내야 하는 것이 전문의의 역할이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헬스동아#건강#의학#로봇#자궁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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