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자, 노라 노, 앙드레 김… 국내 1세대 패션의 매력에 풍덩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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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예박물관 ‘의·표·예, 입고 꾸미기 위한 공예’展
앙드레 김 초기 디자인은 차분, 1990년대 이후 화려하게 변신
장동건 입었던 꽃무늬 슈트도 전시
최 ‘이브닝코트’ 감각적 드로잉 연상… 걷기 편한 노라 노 웨딩드레스 눈길

고 앙드레 김이 생전 일상복으로 즐겨 입었던 흰색 슈트를 한 관람객이 감상하고 있다. 뉴시스
고 앙드레 김이 생전 일상복으로 즐겨 입었던 흰색 슈트를 한 관람객이 감상하고 있다. 뉴시스
“저도 못 봤던 의상들이 꽤 많았어요. 아버지가 즐겨 입었던 슈트를 오랜만에 다시 보니 기분이 이상해져 전시장 밖으로 나와 버렸네요.”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1935∼2010)의 아들 김중도 앙드레김 아뜰리에 대표는 6일 서울 종로구 서울공예박물관 ‘의(衣)·표(表)·예(藝), 입고 꾸미기 위한 공예’ 전시 개막식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김 대표는 “아버지가 그 슈트를 하루에 세 번씩 갈아입어 수십 벌이 있었지만 돌아가신 뒤 1, 2벌만 남겨 기증하고 나머지는 전부 태웠다”고 했다. 고인이 저승에서도 옷을 입으려면 불에 태워 보내줘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한다. 남아있는 슈트 한 벌을 이 전시에서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서울공예박물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1세대 패션디자이너인 최경자(1911∼2010)와 노라 노(95), 앙드레 김의 작품과 아카이브 60여 점을 선보인다. 옷감의 주름과 비즈, 자수 등에 담긴 공예적 요소를 찾고 이들의 장인정신을 조명했다.

●앙드레 김 초기 디자인, 차분한 분위기

화려한 자수와 여러 겹의 원단을 겹친 풍성한 드레스로 유명한 앙드레 김도 1960∼80년대 디자인은 차분한 분위기를 띠었음을 전시품을 통해 알 수 있다. 최경자가 1939년 국내 최초로 설립한 패션 전문 교육기관인 국제패션스쿨에서 교육받은 영향이라고 이승해 공예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설명했다. 앙드레 김은 1962년 ‘살롱 앙드레’를 설립하고, 1966년 프랑스 파리에서 한국인 최초로 패션쇼를 열었다.

그의 1990∼2000년대 디자인은 화려하다. 배우 장동건과 김희선이 모델로 선 패션쇼의 스케치 수기와 장동건이 입었던 꽃무늬 슈트도 전시에서 볼 수 있다. 김중도 대표는 “앙드레 김이 1990년대 초 선보였던 파워 숄더 디자인이나 화려한 자수가 최근 다시 유행하고 있다”고 했다.

●화려한 최경자, 실용적인 노라 노

국제패션스쿨과 함께 국내 최초로 모델 양성 기관인 국제차밍스쿨을 세워 ‘한국 패션계의 대모’로 불리는 최경자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왼쪽부터 앙드레 김의 ‘코트 드레스’(1980년대). 최경자의 이브닝코트(1963년). 노라 노의 웨딩드레스(1962년). 서울공예박물관 제공
왼쪽부터 앙드레 김의 ‘코트 드레스’(1980년대). 최경자의 이브닝코트(1963년). 노라 노의 웨딩드레스(1962년). 서울공예박물관 제공
전시에서는 특히 화려한 색감과 발랄함이 돋보이는 ‘시프트 드레스’(1970년)와 감각적 드로잉을 연상케 하는 ‘이브닝코트’(1963년)가 눈에 띈다. 이브닝코트는 해 달 별 사람 나비 등의 도안을 옷감에 물감으로 그린 뒤, 그 위에 구슬을 달아 화려하게 장식했다. 일정한 간격으로 주름이 무늬를 만드는 ‘타이 넥 드레스’(1981년)는 최경자가 즐겨 입었던 옷이다. 1962년 고려청자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청자 드레스의 아이디어를 스케치한 자료도 전시됐다.

최경자는 디자이너의 의도를 옷으로 만들기 전 미리 스케치하는 스타일화를 처음 도입해 활용했다. 그는 생전 패션 교육을 “옷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예술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전시장 입구에서는 노라 노가 디자인한 웨딩드레스가 관객을 맞는다. 어깨와 소매가 연결되도록 해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면서 치마 앞단에 주름을 넣어서 걸을 때 편하게 한 것이 특징이다. 노라 노는 1952년 서울 중구 명동에 ‘노라 노의 집’을 개업하고, 1974년 한국 브랜드 최초로 미국 메이시스 백화점에 입점하는 등 소재 개발과 해외 진출에 앞장섰다. 그가 사용했던 옷본과 프린트 견본도 전시됐다.

전시를 기획한 이승해 학예연구사는 “관객이 다양한 패션 디자인을 감상하며 자신의 패션도 자유롭게 상상해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4월 2일까지. 무료.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서울공예박물관#국내 1세대 패션디자이너#앙드레 김#최경자#노라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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