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공예박물관 ‘의·표·예, 입고 꾸미기 위한 공예’展
앙드레 김 초기 디자인은 차분, 1990년대 이후 화려하게 변신
장동건 입었던 꽃무늬 슈트도 전시
최 ‘이브닝코트’ 감각적 드로잉 연상… 걷기 편한 노라 노 웨딩드레스 눈길
“저도 못 봤던 의상들이 꽤 많았어요. 아버지가 즐겨 입었던 슈트를 오랜만에 다시 보니 기분이 이상해져 전시장 밖으로 나와 버렸네요.”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1935∼2010)의 아들 김중도 앙드레김 아뜰리에 대표는 6일 서울 종로구 서울공예박물관 ‘의(衣)·표(表)·예(藝), 입고 꾸미기 위한 공예’ 전시 개막식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김 대표는 “아버지가 그 슈트를 하루에 세 번씩 갈아입어 수십 벌이 있었지만 돌아가신 뒤 1, 2벌만 남겨 기증하고 나머지는 전부 태웠다”고 했다. 고인이 저승에서도 옷을 입으려면 불에 태워 보내줘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한다. 남아있는 슈트 한 벌을 이 전시에서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서울공예박물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1세대 패션디자이너인 최경자(1911∼2010)와 노라 노(95), 앙드레 김의 작품과 아카이브 60여 점을 선보인다. 옷감의 주름과 비즈, 자수 등에 담긴 공예적 요소를 찾고 이들의 장인정신을 조명했다.
●앙드레 김 초기 디자인, 차분한 분위기
화려한 자수와 여러 겹의 원단을 겹친 풍성한 드레스로 유명한 앙드레 김도 1960∼80년대 디자인은 차분한 분위기를 띠었음을 전시품을 통해 알 수 있다. 최경자가 1939년 국내 최초로 설립한 패션 전문 교육기관인 국제패션스쿨에서 교육받은 영향이라고 이승해 공예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설명했다. 앙드레 김은 1962년 ‘살롱 앙드레’를 설립하고, 1966년 프랑스 파리에서 한국인 최초로 패션쇼를 열었다.
그의 1990∼2000년대 디자인은 화려하다. 배우 장동건과 김희선이 모델로 선 패션쇼의 스케치 수기와 장동건이 입었던 꽃무늬 슈트도 전시에서 볼 수 있다. 김중도 대표는 “앙드레 김이 1990년대 초 선보였던 파워 숄더 디자인이나 화려한 자수가 최근 다시 유행하고 있다”고 했다.
●화려한 최경자, 실용적인 노라 노
국제패션스쿨과 함께 국내 최초로 모델 양성 기관인 국제차밍스쿨을 세워 ‘한국 패션계의 대모’로 불리는 최경자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전시에서는 특히 화려한 색감과 발랄함이 돋보이는 ‘시프트 드레스’(1970년)와 감각적 드로잉을 연상케 하는 ‘이브닝코트’(1963년)가 눈에 띈다. 이브닝코트는 해 달 별 사람 나비 등의 도안을 옷감에 물감으로 그린 뒤, 그 위에 구슬을 달아 화려하게 장식했다. 일정한 간격으로 주름이 무늬를 만드는 ‘타이 넥 드레스’(1981년)는 최경자가 즐겨 입었던 옷이다. 1962년 고려청자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청자 드레스의 아이디어를 스케치한 자료도 전시됐다.
최경자는 디자이너의 의도를 옷으로 만들기 전 미리 스케치하는 스타일화를 처음 도입해 활용했다. 그는 생전 패션 교육을 “옷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예술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전시장 입구에서는 노라 노가 디자인한 웨딩드레스가 관객을 맞는다. 어깨와 소매가 연결되도록 해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면서 치마 앞단에 주름을 넣어서 걸을 때 편하게 한 것이 특징이다. 노라 노는 1952년 서울 중구 명동에 ‘노라 노의 집’을 개업하고, 1974년 한국 브랜드 최초로 미국 메이시스 백화점에 입점하는 등 소재 개발과 해외 진출에 앞장섰다. 그가 사용했던 옷본과 프린트 견본도 전시됐다.
전시를 기획한 이승해 학예연구사는 “관객이 다양한 패션 디자인을 감상하며 자신의 패션도 자유롭게 상상해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4월 2일까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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