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세 319일… 한채진, WKBL ‘최고령 출전’ 새역사 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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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출전하면 톰슨 기록 뛰어넘어
“20시즌이면 비시즌도 20번 치러
힘든 체력훈련 다시 하라면 못해
신한은행 복귀후 못한 우승에 욕심”

2003년 데뷔해 올해로 선수 생활 만 20년을 넘긴 한채진은 “어렸을 때는 팀(신한은행)에 잘하는 언니들이 너무 많아 출전시간 
욕심이 정말 많았다. 이젠 내가 언니가 되니 그런 욕심은 많이 내려놨다”고 말했다. 사진은 이번 시즌 BNK와의 인천 안방경기 때
 코트에 입장하는 모습. WKBL 제공
2003년 데뷔해 올해로 선수 생활 만 20년을 넘긴 한채진은 “어렸을 때는 팀(신한은행)에 잘하는 언니들이 너무 많아 출전시간 욕심이 정말 많았다. 이젠 내가 언니가 되니 그런 욕심은 많이 내려놨다”고 말했다. 사진은 이번 시즌 BNK와의 인천 안방경기 때 코트에 입장하는 모습. WKBL 제공
한채진(신한은행)은 27일 BNK전에 나서는 순간 여자프로농구(WKBL) 역대 최고령(만 38세 319일) 출전 기록을 새로 쓴다. 2013∼2014시즌 KDB에서 뛰었던 티나 톰슨(만 38세 314일)을 넘어선다.

WKBL 데뷔 만 20년을 넘긴 한채진은 25일 통화에서 “(팀 후배) 애들이 ‘언니, 20년을 어떻게 해요’라고 하면 ‘이제 네가 하면 돼’라고 말했다. 그런데 20시즌이면 비시즌도 20번을 치른 것이지 않나. 동생들이 ‘시즌은 몰라도 비시즌 20번은 못 하겠다’고 하더라”며 “비시즌 체력훈련이 정말 힘들다. 말이 20년이지 나도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며 웃었다.

사실 시즌 기간이라고 다를 건 없었다. 한채진은 지난 시즌까지 경기당 평균 28분 58초 동안 코트를 지켰다. WKBL이 단일 리그 방식으로 전환한 2007∼2008시즌 이후 15시즌 동안에는 평균 32분 39초로 기록이 늘어난다. 2012∼2013시즌에는 당시 한 시즌 35경기에 전부 출장하며 평균 39분 8초를 소화해 ‘철의 여인’으로 불리기도 했다.

한채진은 이번 시즌에도 팀이 치른 19경기 중 18경기에 출전해 25분 24초 동안 코트를 누비며 나이를 잊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한채진은 “(팀 후배) 애들과 같이 있으면 애들이 제 나이를 까먹을 때가 있다. 사실 저도 가끔 제 나이를 까먹는다”며 웃었다.

한채진은 서울 성덕여상을 졸업한 뒤 신한은행 전신인 현대에서 2003년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데뷔 초 신한은행에는 전주원(51) 정선민(49) 등 국가대표급 선수가 즐비해 한채진은 주로 식스우먼으로 뛰었다. 한채진은 2008∼2009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자 “더 많은 시간을 뛰고 싶다”며 KDB 전신인 금호생명으로 팀을 옮겼다.

“미련이 없을 만큼 뛰었다”는 한채진은 KDB가 해체 위기를 맞으면서 선수 생활에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다. 결국 인수자를 구하지 못해 OK저축은행이 네이밍 스폰서를 맡았던 2018∼2019시즌 한채진은 주장으로 팀 분위기 수습에 앞장섰다. 2019∼2020시즌 신한은행으로 돌아온 한채진은 올 시즌에도 주장을 맡아 그동안 팀을 이끌어온 김단비(33)가 우리은행으로 이적한 공백을 채우고 있다. 한채진은 “이제 농구장에 언니(베테랑 선수)들이 많이 없지 않나. 내가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계속해 “선수 생활을 시작한 팀에서 마무리도 하고 있다는 의미가 크다”며 “아쉬운 점이 딱 하나 있다면 (신한은행으로 돌아와) 우승을 못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채진은 데뷔 초반 신한은행에서 세 차례(2005 여름, 2007 겨울, 2007∼2008시즌) 우승을 경험했지만 이후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한채진이 ‘애들’과 함께 우승을 경험하고 싶은 이유 중 하나는 ‘깜짝 선물’에 보답하기 위해서다. 3라운드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김소니아(30)가 한턱내던 날 신한은행 선수들은 한채진의 경기 모습이 담긴 퍼즐 액자와 한채진이 그동안 뛴 모든 팀 유니폼을 입고 있는 피겨 인형을 선물했다. “이 선물을 받고 펑펑 울었다”는 한채진은 “우승하려면 소위 ‘우승복’이 있어야 한다고 하지 않나.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애들과 함께 뛰면서 우승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여자프로농구#한채진#최고령 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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