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의원들 “의정보고서에 이재명 사진은커녕 ‘李’자도 안 넣었어요”[정치 인&아웃]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18일 14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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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의 얼굴 사진은커녕 이재명의 ‘이’ 자도 안 넣었어요.”

서울 지역의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설 명절을 앞두고 제작한 의정활동 보고서에 이 대표와 함께 찍은 사진을 쓰지 않았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역대 최고 득표율(77.77%)로 당권을 쥔 이 대표와 ‘거리두기’에 나선 것.

한 초선 의원실 역시 의정보고서에 10여 장의 사진을 넣으면서 이 대표와 찍은 의원 사진은 넣지 않았다. 의원실 관계자는 “대선에 패배한 당 대표 얼굴 사진을 넣을 필요성을 못 느꼈다”며 “이 대표의 인기도 예전만 못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이 대표와의 사진을 담는 대신 국민의힘 소속 광역자치단체장과 함께 한 사진을 의정보고서에 담기도 했다. 민주당의 한 보좌관은 “한 해 동안의 의정활동을 홍보하기 위한 보고서인 만큼, 통상 의원의 체급을 높이기 위해 여당일 땐 대통령, 야당일 땐 대선주자급 당 대표와 함께 찍은 사진을 넣는데, 이번엔 사법리스크 논란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 이 대표와 함께 찍은 사진을 넣는 게 이득일 지 의원실마다 고민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

적지 않은 민주당 의원들이 설 명절을 앞두고 이 대표와의 거리두기에 나선 것은 이 대표가 연관된 ‘사법 리스크’가 명절 민심에 끼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한 당 관계자는 “지난해엔 추석 연휴 하루 전에 대선 기간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되더니, 올해는 설 연휴를 일주일도 안 남기고 추가 검찰 출석을 통보받은 상황”이라며 “결국 올해 명절에도 가족들끼리 모여 이 대표에 대한 사법 리스크 얘기를 하지 않겠냐. 이러다 사법 리스크가 명절 증후군처럼 자리 잡겠다는 말도 나온다”고 했다. 한 수도권 지역 의원은 “여당이 사법 리스크를 설 민심 밥상에 올리는데 성공한 것 같다”며 “여기서 벗어날 방법이 없어 갑갑하다”고 토로했다.

민주당은 설 연휴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 카드로 맞불을 이어가고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18일 “윤석열 검찰이 김 여사를 치외법권에 계속 둔다면 시장 질서를 교란한 중대범죄인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특검 추진에 나설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다만 당 내부에서조차 “현실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16일 KBS 라디오에서 “이 대표에 대한 맞대응으로 느껴지면 정치 공방처럼 된다”며 “오히려 중요한 포인트를 많이 잃어버렸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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