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워싱턴 6·25 ‘추모의 벽’ 전사자 500여명 누락”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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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바커 “오자 1015자 달해
연관성 적은 인물 등 245명은 포함”
보훈처 “철저 검증, 오류 시정할 것”

지난해 7월 제막식이 거행된 미국 워싱턴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 내 추모의 벽. 한 방문객이 대리석에 새겨진 전사자의 이름 위에 종이를 대고 탁본을 뜨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지난해 7월 제막식이 거행된 미국 워싱턴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 내 추모의 벽. 한 방문객이 대리석에 새겨진 전사자의 이름 위에 종이를 대고 탁본을 뜨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미국 워싱턴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 추모의 벽에 새겨져 있는 미군 전사자의 이름에 잘못된 글자가 많고, 누락된 전사자도 수백 명에 이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한국전쟁 프로젝트(The Korean War Project)’라는 온라인 자료 사이트를 운영하는 역사학자 핼 바커는 전사자 기념비에 오자가 1015자에 달하고, 반드시 포함돼야 할 500여 명의 이름이 누락됐다고 밝혔다.

기념비에는 6·25전쟁과 무관하게 하와이에서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한 사람과 참전 뒤 60년 동안 더 살면서 8명의 손자를 둔 사람 등 245명의 이름이 포함돼 있다. 반면 미군 폭격기가 추락했을 때 승무원이 9명 탑승했으나 3명만 기록되는 등 누락된 경우가 많았다. 바커는 “정말 엉터리다. 표기 실수와 오자로 가득하다”며 “벽에 이름을 새기기 전에 기획위원, 군 관계자, 백악관에도 여러 번 경고했으나 과정은 느릿느릿하게 진행됐다”고 비판했다.

추모의 벽에 새겨진 명단은 한국전참전용사추모재단과 미국 국방부가 작성했다. 2420만 달러(약 301억 원)의 건립 예산 중 대부분인 2360만 달러(약 294억 원)를 한국 정부가 부담했다. 재단 측은 NYT의 질의에 “정확한 목록을 작성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벽에 오류가 있음을 인정했다.

오기가 많이 생긴 이유는 1950년대 IBM 컴퓨터에 전사자 명단을 입력할 당시 한정된 크기의 펀치 카드에 표기할 수 있는 글자 수가 제한됐던 점이 지적된다. 이로 인해 이름을 자의적으로 축약해 기록하거나 잘못 뚫은 구멍을 수정하지 않고 지나가는 일이 많았다는 것이다. 이후 디지털 방식으로 데이터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바로잡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전했다.

국가보훈처는 10일 입장문을 내고 “전사자 기념비에 한 치의 오류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미국 국방부와 대한민국 국방부를 통해 명단의 오류 유무를 철저히 검증하고 오류가 있다면 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미국 워싱턴#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추모의 벽#전사자 누락#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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