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글로벌 갈등 중심 러-中, 2023년 신년사는 ‘온도 차’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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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우크라전, 우리가 도덕적”… 군인들과 샴페인 잔 들고 건배


지난 20년 신년사 중 가장 긴 9분 연설
러, 새해 첫날에도 드론-미사일 공습
젤렌스키 “테러 지시한 자, 용서받지 못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1일 방송된 신년 연설에서 샴페인 잔을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을 정당화하고 자축하는 건배를 제의하고 있다. 크렘린궁 신년 연설 캡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1일 방송된 신년 연설에서 샴페인 잔을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을 정당화하고 자축하는 건배를 제의하고 있다. 크렘린궁 신년 연설 캡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2년의 마지막 날 우크라이나에 대대적인 공습을 가한 직후 신년사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의 도덕성과 역사적 정당성은 러시아에 있다”며 전쟁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샴페인 잔을 들어 전쟁을 자축하는 건배도 제의했다. 러시아군은 2023년 새해 첫날에도 자폭 무인기(드론)와 미사일로 공습을 이어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1일 공개된 신년사 영상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우리의 역사적 영토에서 사람들을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침공의 도덕적, 역사적 정당성은 러시아에 있다. 우리는 조국의 위대함과 독립을 수호할 것”이라며 승리를 다짐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침공 초기부터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해방시키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은 러시아를 약화시키고 분열시키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그 나라 국민을 이용하고 있다”며 “서방은 제재를 통해 러시아의 산업, 재정, 수송 능력이 파괴될 것이라고 기대했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이날 공개된 9분 분량의 신년사는 푸틴 대통령이 지난 20년 동안 공개한 신년 연설 중 가장 길다. 과거에는 수도 모스크바 야경을 배경으로 신년사를 했지만 군복 차림의 남녀 군인 30여 명을 배경으로 카메라 앞에 선 것도 특징이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이 군인들에게 “2022년은 진정으로 중요하고 운명적 사건으로 가득 찬 한 해였다”며 샴페인 잔을 들고 전쟁을 자축하는 건배를 제의하는 모습도 공개했다.

이 신년사는 같은 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공습을 감행한 직후 공개됐다. 러시아는 이날 수도 키이우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전역에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퍼부었다. 키이우에서는 한때 비상 정전 조치로 전체 가구 중 30%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 남부 미콜라이우와 자포리자주, 서부 빈니차와 흐멜니츠키주, 중부 지토미르주에서도 공습 피해가 발생했다.

러시아는 하루 뒤인 이달 1일에도 키이우 등에 이란산 자폭 드론 ‘샤헤드’를 앞세워 공격했다. 이로 인해 키이우에서만 4시간 넘게 공습경보가 울렸고 폭발물 파편이 도심에 떨어졌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BBC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이날까지 4일 연속 무인기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가 발사한 미사일과 드론의 상당수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영상 연설을 통해 “테러 국가는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이런 공격을 지시한 자, 수행한 자 모두 용서받을 수 없다”며 러시아를 비판했다. 이어 “러시아의 비인간적 소행과 비인간성은 결국 패배하게 될 것”이라며 “테러리스트들은 이 사실을 결코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당신도 알고 나도 안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양안 한가족, 같이 가야”… 전과 달리 ‘조국 통일’ 언급안해

習 “코로나 상황 희망 보여… 인내로 극복을”
“대만보다 코로나-경제위기 극복 방점” 분석
차이잉원 “전쟁은 양안문제 해결방안 아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중난하이에 있는 집무실에서 2023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번 신년사에서 그간 대만 문제를 거론할 때 언급했던 ‘조국 통일’ 표현을 쓰지 않았다. 베이징=신화 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중난하이에 있는 집무실에서 2023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번 신년사에서 그간 대만 문제를 거론할 때 언급했던 ‘조국 통일’ 표현을 쓰지 않았다. 베이징=신화 뉴시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신년사에서 대만 문제를 언급하면서 ‘조국 통일’이라는 표현을 직접 사용하지 않았다. 시 주석은 앞서 지난해 10월 3연임을 확정한 중국공산당 20차 당대회에서는 “조국의 완전한 통일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강조하며 대만을 압박했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신년사를 통해 “전쟁은 양안(중국과 대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1일 대만 쯔유(自由)시보는 “전날 시 주석이 신년사에서 ‘양안은 한 가족’이라고 언급할 때 ‘조국 통일’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서 “차이 총통은 시 주석의 이 같은 발언을 주목했고 시 주석이 상대적으로 온건한 방식으로 대만 문제를 언급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고 전했다.

차이 총통은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중국군의 군사 활동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양안의 평화는 이 지역 모든 당사자의 공동 책임이며 공동의 기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언급하며 “중국이 상황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시 주석은 중국공산당 20차 당대회 개막식에서 “대만에 대한 무력사용 포기를 절대 약속하지 않을 것”이라며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대만을 통일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또 “조국 통일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기 위한 필수 전제 조건”이라며 대만을 압박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도 시 주석은 “조국의 완전한 통일을 실현하는 것은 양안 동포의 공통된 염원”이라며 통일을 부각했다.

하지만 이번 신년사에서 시 주석은 “14억 중국인이 하나를 생각하고 힘을 모으면 못할 일과 넘지 못할 고비가 없다”면서 “양안은 일가친척으로, 양안 동포들이 손을 잡고 나아가며 중화민족의 복지를 창조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언급하는 수준에 그쳤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들은 “지난해 신년사와 비교할 때 대만 문제에 대해 확실히 ‘톤다운’ 된 것이 분명하다”면서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경제회복에 방점을 두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세와 관련해선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희망이 보인다”며 “단결과 인내로 이겨내자”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코로나19 예방·통제 정책이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고, 여전히 힘이 들지만 모두 끈질기게 노력해 서광이 눈앞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렵고 힘든 노력 끝에 우리는 전례 없는 어려움과 도전을 이겨냈다”며 “인내하는 게 승리하는 것이고 단결하는 게 승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이 단결과 인내를 강조한 것을 두고 ‘제로코로나’ 등 중국 당국의 정책에 대한 불만이 ‘백지 시위’ 등으로 표출되자 이에 대한 우려를 에둘러 표현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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