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수년 갈 수도…전쟁 피로감이 가장 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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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12월 23일 10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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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미국 워싱턴 방문은 러시아에 확고한 단결과 결의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지금의 단일 대오가 유지되려면 보다 확실한 전장에서의 이득이 필요하다고 22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AFP 통신이 지적했다.

현재 우크라이나의 가장 든든한 ‘뒷배’인 미국의 지지에도 사실은 한계가 분명하고, ‘에너지 전쟁’ 타격을 제대로 입고 있는 유럽에선 전쟁 피로감이 완연한데, 러시아는 이를 이용해 우크라이나에 ‘협상’, 즉 ‘땅따먹기’를 대가로 한 종전을 종용하는 게 현실이다.

현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발언과 행동을 보면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언제까지고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장기전으로 가면 결국은 전쟁피로감 때문에 서방의 지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우려다. 푸틴의 전략이기도 하다.

결국 우크라이나로선 이 같은 우려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멜리토폴 수복 같은 추가 전세 역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든든해 보이는 미국의 지지…사실은 반쪽뿐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21일) 미 군용기 F-15의 엄호를 받으며 개전 이래 처음으로 나라 밖을 벗어나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미 의회에서 30분간 영어연설을 한 뒤 기립박수도 받았다.

이 모든 행보는 그야말로 ‘미국은 여전히 우크라이나를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는 메시지였다.

바이든 미 행정부는 젤렌스키 대통령 방미에 맞춰 미국의 최첨단 방공미사일 패트리엇 포대를 포함한 18억5000만 달러(약 2조 4000억 원) 규모 신규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미 의회는 450억 달러 원조 승인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백악관은 끝내 우크라이나가 정말 간절히 요구해온 에이태킴스(ATACMS) 장거리 미사일, 첨단 공격용 드론, F-16 전투기 같은 공격 무기는 지원하지 않았다는 점을 AFP는 짚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의 미 하원 연설 뒤 공화당 의원 7명 연설은 기립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공화당은 여전히 450억 달러 원조 승인을 고민 중이다.

케빈 매카시 미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에 박수친 뒤 “우크라이나를 지지하지만 백지수표는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의 지지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의미다.

◇실제 피해 닥친 유럽…‘표현되지 않은 우려’

르벡 인터내셔널 정보 컨설턴트 마이클 호로위츠는 “크림반도를 포함해 우크라이나 전역을 러시아로부터 탈환하겠다는 젤렌스키의 목표가 달성가능한지에 대해 유럽 동맹국들 사이에선 ‘표현되지 않은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럽 외교가에선 ‘우크라이나와 서방이 이제는 러시아와 협상을 해야 한다’는 말이 올여름부터 나왔다.

대표적인 국가가 프랑스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2일에도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유럽이 미래 안보 아키텍처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가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는 날 어떻게 (안보를) 보장해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가 같은 유럽연합(EU) 여러 국가들로부터 외교적 항의를 받기도 했다.

프랑스와 함께 EU 양대 축인 독일도 다르지 않다. 마치 마크롱 대통령과 짜기라도 한 듯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같은 날 “크렘린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면 독-러 경제협력이 재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철군하고 평화협정을 맺을 때까지 서방의 대러 제재 해제는 없다”고 단언해왔는데, 어조에 미묘한 변화가 생긴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타격을 제대로 받고 있다. 스웨덴 정부는 지난 21일 가계·기업은 올겨울 갑작스런 장·단기 정전에 대비, 비상식량과 배터리 구동 라디오, 생수, 손전등을 준비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독일과 프랑스가 자신한 ‘충분한 연료 비축량’은 올겨울까지다. 이는 지금도 불안한 유럽의 대러 단일대오를 언제까지 보장될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다.

바이든 미 대통령 역시 전날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동맹국 지원의 취약성을 지적했다. 그는 “나는 수백 시간 유럽 동맹국 정상들과 얼굴을 맞대고 그들이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지하는 게 왜 압도적으로 그들의 이익에 무합하는지 설명했다”고 말했다.

유럽 동맹국의 대러 단일대오는 바이든 미 행정부에 있어 당연한 결과가 아닌, 끊임없는 ‘설득’의 대상인 것이다.

◇우크라, 미·유럽 지지 유지하려면 계속 승전보 올려야

결국 우크라이나가 미·유럽의 지지를 계속 유지하려면 전장에서 그럴 듯한 성과를 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매카시 미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가 말한 대로 백지수표가 아님을 스스로 증명하고, 유럽 동맹국에도 계속 확신을 주는 것이다.

르벡 인터내셔널의 호로위츠는 “러시아의 침공이 정체되면서 푸틴은 우크라이나 안팎의 전쟁 피로에 의존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전력망을 공격하고 글로벌 식량과 연료 가격을 끌어올리는 게 러시아의 겨울 전략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앞으로 그 무엇보다 필요한 건 새로운 군사적 승리”라며 “그 승리야말로 전쟁 피로를 진정으로 피할 수 있는 유일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허드슨연구소 국방전문가 루크 커피는 “앞으로 몇 달간은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유럽 동맹 및 파트너국 모두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기에 좋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겨울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주요 점령지인 남부 멜리토폴로 진격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만약 성공한다면 장기적인 지지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우리는 이 전쟁이 몇 달이 아니라 몇 년 가는 전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해야 한다”며 “그에 따른 계획을 펴야 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푸틴의 영원한 전쟁…전쟁 피로감 확대 전략

전쟁이 장기화하면 미국과 유럽의 지지도 어떻게 변화할지 알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이를 아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장기전을 각오하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우크라이나 국립전략문제연구소의 미콜라 비엘리스코프는 “문제는 우리가 1944년이나 1945년에 있지 않다는 것”이라며 “오히려 1942년 말이나 1943년 초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올해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 ‘시계’를 2차 대전 시계에 대입하면, 독일의 패배와 종전 시기는 아직 멀리 있다는 것이다.

미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세스 존스는 “러시아의 모든 징후는 장기전과 필요한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는 의지를 시사하고 있다”며 “그야말로 푸틴의 영원한 전쟁”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 워싱턴을 방문한 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모스크바 국방통제센터에서 국방 고위 지도부 확대회의를 열고 대대적인 전쟁 지원을 약속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자금 조달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며 “국가와 정부는 군대가 요구하는 모든 것을 주겠다”고 말했다.

또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맛’ 최신형 모델의 실전 배치를 발표하고,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의 징병 연령 상향 등을 통한 병력 확대 제안에 동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젤렌스키 방미 이튿날인 이날(22)은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 목표는 이 전쟁을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것이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을 결코 거부하지 않았으며, 조만간 전쟁의 모든 당사자는 앉아서 합의해야 한다”고 종용했다.

우크라이나가 점령지 할양에 승복하는 협상과 합의를 통해 종전해야 한다는 압박이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지원키로 한 패트리엇은 구식이며, 오는 26~27일엔 서방의 러산 원유·가스 가격 상한제에 보복하는 법령에 서명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전쟁 피로감을 몇단계 더 높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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