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에너지 위기에 웃는 러시아…‘원유 대체 공급원’ 부상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3월 10일 10시 17분


이란전쟁 전엔 美 제재로 구매자 못찾아
수급난 닥치자 제재 완화…가격도 올라

사진=엑스(X·옛 트위터)
사진=엑스(X·옛 트위터)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로 러시아가 예상치 못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페르시아만 전쟁으로 에너지 시장의 판도가 뒤집히면서 러시아가 뜻밖의 수혜자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 에너지 산업은 국제 유가 하락과 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전쟁으로 시장 상황이 급격히 뒤바뀌었다는 것이다.

WSJ는 “전쟁 이전 러시아 원유는 제재 영향으로 구매자를 찾지 못해 1억 3000만 배럴이 바다 위에서 목적지를 정하지 못한 채 떠다니는 상황이었다”면서 “그러나 페르시아만 분쟁으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 불안이 커지자 러시아산 원유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했다.

유가 상승도 러시아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글로벌 기준유인 브렌트유 가격은 약 30% 급등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전 세계 산유국에 이익이 되지만, 특히 페르시아만 지역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러시아가 대체 공급원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인도 시장에서는 러시아 원유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10달러 이상 낮은 가격에 거래됐던 러시아 원유가 최근에는 일부 거래에서 브렌트유보다 1~5달러 높은 가격에 제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도 에너지 시장 안정을 위해 러시아 제재를 일부 완화했다. WSJ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독일에 있는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Rosneft) 지사와의 거래를 허용하는 일반 면허를 발급했다. 이 조치는 베를린 인근의 주요 정유공장이 운영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또 미국 정부는 인도가 해상에 묶여 있던 러시아 원유를 구매할 수 있도록 30일간의 예외 조치도 승인했다. 인도는 원유 수입의 약 4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어 이번 전쟁으로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중동 공급 차질도 러시아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전 세계 원유 공급의 약 20%가 통과하는 페르시아만 항로가 사실상 마비되면서 유조선 운항이 크게 제한됐다. 세계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20%를 생산하는 카타르의 에너지 시설도 이란 드론 공격으로 피해를 입어 생산이 중단됐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걸프 에너지 주요 수입국인 인도, 일본, 한국 등은 새로운 공급처 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러시아의 협상력이 커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를 활용해 유럽을 압박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국영 TV 인터뷰에서 “다른 시장들이 열리고 있다”며 유럽이 러시아산 LNG와 가스 수입을 중단하기 전에 러시아가 먼저 공급을 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러시아는 여전히 유럽 가스 및 LNG 수입의 약 13%를 공급하고 있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과 중동 등으로 에너지 공급선을 다변화해 왔지만, 중동 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러시아 에너지 의존 문제가 다시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 파티 비롤은 “중동 위기로 일부에서는 러시아 에너지로 돌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며 “하지만 그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정보업체 아거스 미디어의 유럽 LNG 가격 책임자 마틴 시니어 역시 “러시아 가스 단계적 퇴출 정책을 되돌리는 것은 정치적으로 재앙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미국#이란#석유#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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