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환자 40%가 앓는 신장질환, 조기 관리 못하면 평생 투석해야할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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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분비내과-신장내과 전문의가 말하는 당뇨병성 신장질환의 원인과 치료법
당뇨병 동반 신장질환은 느린 병… 악화되기 전까지 증상 못 느껴
진행 늦추는 약물치료가 최선
알부민뇨 줄이는 ‘피네레논’, 최근 신장 보호 효과 입증
기저질환 관리에 관심 기울이고 식사-생활습관에 꾸준한 주의를

정성진 여의도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
정성진 여의도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
2020년 국내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는 약 600만 명으로 2010년 집계된 환자 수인 320만 명보다 10년 새 2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당뇨병은 모든 만성질환의 원인으로 장기간 고혈당이 지속되면 여러 미세혈관 및 대혈관 합병증이 발생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특히 만성 신장질환은 당뇨병 환자의 40% 이상에서 동반된다. 당뇨병 동반 만성 신장질환은 고혈당과 함께 시작해 매우 서서히 진행되므로 증상이 악화되기 전까지는 환자 스스로가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적절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면 신장 기능을 잃고 평생 투석 치료를 해야 하는 말기 신부전증에 이르게 될 수 있어 만성 신장질환은 가장 위험한 당뇨합병증으로 여겨지고 있다. 문민경 보라매병원 당뇨내분비센터 교수와 정성진 여의도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를 만나 당뇨병 동반 만성 신장질환과 최신 치료법, 질환을 보는 서로 다른 견해를 들어봤다.

문민경 보라매병원 당뇨내분비센터 교수
문민경 보라매병원 당뇨내분비센터 교수


―당뇨병성 신장질환은 어떤 질환인가?

정성진 교수=신장질환은 소변에서 단백질인 알부민이 정상 범위 이상으로 나오거나 사구체여과율이 많이 감소된 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신장질환의 원인이 당뇨병이면 당뇨병성 신장질환이라고 한다. 당뇨병 환자의 유병률이 워낙 높고 고령화에 따라 당뇨병의 유병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따라서 이런 합병증이 나타날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내분비내과에서 신장질환이 발견되면 신장내과에서 치료를 이어가나?


문민경 교수=그렇지는 않다. 신장내과에 가더라도 치료가 비슷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통 신장기능이 굉장히 많이 손상된 경우나 신장 손상의 원인이 당뇨병이 아닌 것 같은 경우에 신장내과에 의뢰를 하게 된다. 그 전까지는 내분비내과에서 치료를 진행한다.

정 교수=민감한 문제다. 일반적으로 당뇨병 환자들의 혈당 강하 치료에는 여러 가지 경구 약제나 인슐린이 선택된다. 하지만 합병증이 발생했을 때 누가 담당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임상과 간 입장 차가 있을 수 있다. 신장내과에서는 신장질환 발생의 위험군부터 신장내과에서 진료를 봐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과 의사들은 치료가 다르지 않기 때문에 신장내과가 아닌 과에서 진행해도 무방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신장내과에서는 신장을 다른 각도에서 조금 더 고민해볼 수 있다. 약제가 아니더라도 식이나 운동 관리 같은 비약물적인 치료라도 좀 달라질 수 있다. 환자가 다른 전문의를 만나게 되면 치료 경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신장질환이 의심되면 신장내과 전문의를 조기에 만나볼 것을 권하고 싶다.

―환자가 내분비내과에서 신장내과로 의뢰될 때 환자들의 상태는 대개 어떠한가?


정 교수=신장질환이 많이 진행된 중증 상태, 만성 신장질환 4단계 정도 됐을 때 신장내과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너무 늦게 오는 환자가 많다. 4단계가 되면 신장 기능을 어느 정도 회복시키거나 질환의 진행을 최대한 늦출 수 있는 치료가 우선될 수 없고 투석이나 이식을 고민해야 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환자 상태를 돌이킬 수 없다. 신장 기능이 많이 망가져서 오는 환자에게 할수 있는 방법이 없어 난감한 경우가 많다.

―당뇨병성 신장질환은 어떤 치료를 받나?

문 교수=단계에 따라 다르다. 미세혈관 합병증의 경우에도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을 잘 조절하는 것이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당뇨병 신장질환도 마찬가지다. 1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소변검사와 혈액검사를 통해 사구체여과율과 알부민뇨 수치를 확인한다. 확인해 문제가 있으면 신장 기능이 상당히 떨어지기 전까지 안지오텐신전환효소 억제제(ACEi), 안지오텐신II수용체 차단제(ARB), SGLT-2 억제제를 통해 혈당, 혈압 등을 조절하면서 최대한 신장질환의 진행을 늦추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다.

정 교수=당뇨병 환자에서의 식이와 신장질환이 동반됐을 때의 식이는 달라진다. 또 ACEi, ARB 등 흔히 쓰는 치료제 외에도 신장내과 전문의들만 고민할 수 있는 추가적인 보조 치료도 있다. 특히 최근 허가 받은 피네레논의 해외 임상시험 결과를 보면 효과가 굉장히 좋다. 피네레논은 알부민뇨를 줄여주기 때문에 신장 보호 효과가 있다. 신장 기능이 손상되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 심혈관 보호 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나 다재다능한 약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 출시 전이지만 그 동안 약제 선택의 폭이 매우 좁았던 당뇨병성 신장질환 영역에서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환자에게 당부의 말이 있다면.

문 교수=당뇨병은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잠시라도 느슨해지면 안 된다. 항상 운동하고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약도 잘 복용해야 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많은 환자가 힘들어한다. 하지만 당뇨병 관리를 위해 평소 하는 노력들이 심혈관 질환, 노화, 치매 등에도 도움이 되는 좋은 습관들이다.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꾸준히 관리하면 좋을 것 같다.

정 교수=신장질환을 예방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기저질환을 잘 관리하는 것이다. 당뇨병이 신장질환의 발병 원인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당뇨병을 조기에 잘 관리하는 것이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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