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극단적 선택’ 58%, 밤에 이송되는데…응급실 인력은 2.4%에 그쳐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26일 16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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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 동안 극단적인 선택을 한 뒤 응급실로 옮겨진 이들을 분석한 결과 10명 중 6명이 야간이나 새벽 시간대에 이송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자살 시도자를 만나 상담하고 자살예방센터로 연결해주는 등 ‘초기 대응’을 하는 전문인력이 24시간 근무하는 응급실은 전체의 2.4%에 그쳤다.

26일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2021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 참여 응급실로 이송된 사람은 9만9634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57.9%(5만7701명)가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 사이 응급실에 도착했다. 특히 오후 6시~자정 사이 이송된 환자가 전체의 32.3%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야간에 응급실에 실려 온 이들이 당일에 바로 자살예방 관련 조치를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복지부 인증을 받은 응급의료기관 409곳 가운데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전문인력이 24시간 근무하는 곳은 10곳(2.4%) 뿐이기 때문이다. 69곳은 관련 전문인력이 근무하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해 야간에는 전원 퇴근한다. 전국 17개 시·도 중 세종 대전 경북 대구 울산 광주 전남 제주 등 8곳엔 사후관리 전문인력이 야간 근무를 하는 응급실이 한 곳도 없다.

자살시도자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중요한 건 이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자살률이 20~30배 더 높은 고위험군이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은 응급실에서 진행되는 사후관리가 자살시도자 관리의 ‘첫 단추’라고 말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자살시도자와의 상담은 빠를수록 좋다”며 “일단 자살시도자가 치료 후 귀가하고 나면 추후에 연락이 닿더라도 사후관리에 참여하는 비율이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문인력에 대한 처우가 열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응급실 79곳에서 186명이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전문인력으로 일하고 있는데, 10명 중 9명(166명·89.2%)이 비정규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문요원의 평균 근속기간도 23개월에 불과하다.

김 의원은 “야간, 새벽 시간대에 집중되는 자살시도자를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전문인력이 장기적으로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근무 환경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지운기자 ea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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