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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클릭 한번에 총알배송… ‘클릭코노미’에 빠진 新소비자

입력 2022-08-19 03:00업데이트 2022-08-19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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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컨슈머가 온다]
팬데믹 이후 온라인 거래 선호
택배 이용횟수 20년새 30배로
직장인 조모 씨(26)가 5일 서울 종로구 숭인동의 한 무인택배함에 중고거래로 판매할 의류를 넣고 있다. 조 씨처럼 온라인 쇼핑, 중고거래 등 비대면으로 거래하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지난해 1인당 택배 이용 횟수는 2000년보다 35배 폭증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미국 뉴욕에서 4년간 거주하다 최근 아이 방학을 맞아 잠시 귀국한 고현진 씨(38)는 한국 특유의 빠른 배송을 체감했다. 보쌈 떡볶이 등 배달앱으로 그간 먹고 싶던 한국 음식을 주문했더니 30분 내 ‘총알 배송’ 됐다. 급히 물놀이 가느라 주문한 스마트폰 방수팩과 수영복은 오전에 결제하자 당일 오후에 왔다. 그는 “뉴욕조차 아마존프라임 외엔 배송이 일주일 이상 걸린다”며 “대부분 업체의 배송 속도가 빠르게 평준화된 게 놀랍다”고 했다.

코로나19 이후 간편한 온라인 쇼핑과 플랫폼 거래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신속한 배송 기반의 경제인 ‘클릭코노미’(Click+Economy)의 영향력이 급격히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동아일보가 빅데이터 분석 업체인 바이브컴퍼니와 유통·소비재 기업 설문 등을 바탕으로 국내 소비 지형 변화를 이끄는 뉴컨슈머의 영향력을 분석한 결과다.

한국 클릭코노미의 성장세는 매섭다.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따르면 2000년만 해도 국민 1인당 2.4건에 그쳤던 택배 이용 건수가 2021년 70.3건으로 폭증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53.8건)보다 30.7% 늘었다. 30분 내 배송을 내세운 퀵커머스 시장은 올해 2조 원에서 2025년 17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클릭코노미를 떠받치는 물류 시장도 급팽창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물류창고 거래액은 한국이 총 76조1000억 원으로 아시아에서 중국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빠른 배송이 소비재 산업에서 기본 경쟁력이 되는 물류혁명기가 도래했다”고 했다.

주택가 물류창고서 分 다퉈 배달… 퀵커머스시장 2조 → 17조 ‘쑥’


〈1〉 ‘클릭코노미’가 이끈 배송 천국



먹거리-생필품 등 클릭클릭 “빠른배송 없는 세상 상상 못해”
전통시장 과일가게도 가세… 이커머스 年 23%씩 가파른 성장
동네 상가-카센터가 물류기지로 도심 곳곳에 실핏줄 배달망 연결


경기 성남시에 사는 주부 김모 씨(56)는 웬만한 장보기는 온라인으로 해결한다. 최근 일주일간 주문한 건수는 12건. 하루 한 건 이상씩 주문했다. 아침이면 전날 밤 주문한 각종 국거리와 과일이, 오후면 그날 오전 주문한 세제와 휴지 등이 잇달아 도착한다. 그는 “빠른 배송이 안 되는 세상은 이제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非)대면 소비 기반의 ‘클릭코노미’ 시대에 접어들면서 빠른 배송은 한국 소비자들의 일상을 떠받치는 핵심축이 됐다. 배송 속도가 분 단위로까지 빨라지면서 도심 곳곳의 오프라인 매장도 물류 거점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 클릭코노미가 만들어낸 빠른 배송 천국
온라인으로 속옷을 파는 송모 씨(31)의 56m²(약 17평) 남짓한 사무실 절반은 늘 택배를 보낼 물품으로 차 있다. 쿠팡,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으로 하루 80여 건의 주문이 들어오는데 택배 포장에만 4시간가량을 쓴다. 화장품을 파는 김흥식 씨는 온라인 주문이 매일 100개 이상 밀려들자 배송을 물류 대행(풀필먼트) 업체에 맡겼다. 그는 “점심 무렵이면 택배 포장 때문에 식사도 걸러야 했는데 배송 시장이 워낙 커지다 보니 대행업체까지 발달했다”고 했다. 김 씨처럼 자동화 기술 등을 갖춘 풀필먼트 업체를 쓰는 곳이 늘면서 자영업자들의 배송 속도도 쿠팡 ‘로켓배송’ 마켓컬리 ‘샛별배송’ 같은 대형 업체 속도를 빠르게 추격 중이다.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따르면 국내 연간 택배 물동량은 2012년 14억598만 박스에서 지난해 36억2967만 박스로 158.2% 급증했다. 이는 ‘소비 축의 대이동’ 때문이다. 국내 이커머스는 최근 5년간 연평균 23.3% 가파르게 성장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2025년 220조 원으로 오프라인(185조 원)을 처음으로 추월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의 배송 속도는 빠른 배송의 원조인 미국 아마존을 앞지른 지 오래다. 이커머스업계에서 본격 불붙은 속도전은 최근 당일 분 단위로까지 앞당겨졌다. 2020년 5000억 원에 불과했던 퀵커머스 산업은 올해 2조1000억 원으로 성장한 데 이어 2025년 17조 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변화에 느렸던 전통시장마저 퀵커머스에 나서는 게 단적인 예다. 서울 강동구 암사종합시장에서 과일을 파는 김모 씨(59)는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로 들어온 20건 안팎의 주문을 하루 두 차례에 걸쳐 당일 배송해 준다. 암사시장은 상인 130명의 절반인 60여 명이 빠른 배송을 한다. 조선미 암사시장 상인회 사무국장(47)은 “신선도가 중요한 고기, 과일, 반찬 매출이 높다”며 “코로나19 당시 매출이 집중적으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빠른 배송의 일상화는 소비자 인식 변화에도 잘 드러난다. 빅데이터 분석업체 바이브와 동아일보가 2020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코로나19 기간 소셜미디어에 게시된 총 110억 건에 이르는 문서를 분석한 결과 배송·택배 관련 상위 20개 서술어는 코로나19 확산 초기만 해도 ‘느리다’ ‘후회하다’ ‘책임지지 않다’ 등 부정적인 단어가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며 ‘신속하다’ ‘효율적이다’ ‘편리하다’ 등 긍정적인 인식으로 대체됐다. 온라인 쇼핑에 대한 언급 비중(전체 쇼핑 대비)도 코로나19 이전보다 2배 이상 늘었고 이는 엔데믹(풍토병) 단계에 들어서도 유지됐다. 최하은 바이브 연구원은 “한국에서 배송 시장의 성장을 떠받친 온라인 쇼핑 트렌드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이제는 완전히 정착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 마을 ‘물류 실핏줄’ 된 오프라인 매장
클릭코노미로 도심 풍경도 바뀌고 있다. 빠른 배송 거점이 되는 도심까지 물류센터가 파고들며 아파트 단지나 주택가 한복판까지 물류센터가 들어서고 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대형 건물 3층. 사무실과 피트니스센터, 미용실 등이 즐비한 상가 한편으로 배달원들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었다. 330m²(약 100평) 규모의 이곳은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B마트 물류창고다. 배달원들은 인근 광진구 능동, 성동구 군자동 등으로 배송될 우유 샴푸 등 각종 생필품을 나르고 있었다.

우정하 JLL물류산업 자산서비스팀 본부장은 “물류시장이 워낙 활황이어서 도심형 물류센터를 찾아 달라는 투자자가 많다”며 “시내 카센터나 외진 곳 상가 건물 1층, 주유소 자리까지 알아보곤 있지만 경쟁이 치열해 매물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오프라인 매장은 빠른 배송 거점을 위한 다크스토어(배송만 하는 점포)로의 변신을 시작했다. 국내에 대형마트가 본격 출현한 1998년 문을 연 롯데마트 1호점 강변점의 변화는 상징적이다. 이곳은 지난해 말 매장 일부를 2시간 내 배송을 위한 전용 물류센터로 바꾸었다.

빠른 배송은 자체 물류망을 갖춘 특정업체를 넘어서 산업 전체로 보편화됐다. 올리브영은 매장에서 화장품 등을 평균 40분 안팎으로 배송하는 ‘오늘드림’ 서비스를 하고, SPC도 해피오더앱을 통해 주문된 빵 등을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바로 배송해준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존 점포가 판매 중심에서 체험, 배송, 픽업 등을 하는 거점으로 다양화되며 오프라인의 물류화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기획 자문단(가나다 순)

나준호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박근식 중앙대 국제물류학과 교수·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서상범 한국교통연구원 스마트물류시설인증센터장·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송지연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코리아 매니징디렉터파트너·우수한 중앙대 국제물류학과 교수·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정태원 성결대 글로벌물류학부 교수·최창희 클랙스턴파트너스 파트너·한종길 성결대 글로벌물류학부 교수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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