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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부산 국제아동도서전, 제2의 이수지-백희나 발굴 기대”[인사이드&인사이트]

입력 2022-08-16 03:00업데이트 2022-08-16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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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첫 국제 아동도서전 의미… 이르면 2024년 부산서 개최
K아동문학 세계화 가속화로 수출 효자상품 자리매김 가능성
그림책에 담긴 일러스트 등 책 기반 지식재산권 확장 기대
“韓 도서전만의 강점 발굴하고, 졸속보다 내실 있게 만들어야”

이호재 문화부 기자
“한국 아동도서는 해외에서 문학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어요. 하지만 국내에선 교육적인 관점에서만 다뤄져요. 그림책도 아이부터 성인까지 즐길 수 있지만 국내에선 교육 도서로만 여겨지고 있고요. 한국에 국제아동도서전이 생긴다면 이런 인식이 바뀌지 않을까요.”

이수지 그림책 작가(48)는 이르면 2024년 부산에서 열릴 한국 첫 국제아동도서전의 의미에 대해 11일 이렇게 말했다. 올해 이 작가는 ‘어린이책의 노벨 문학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을 한국 작가 최초로 수상했다.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그는 영국 런던 캠버웰예술대에서 북아트 석사 학위를 받은 뒤 해외에서 먼저 이름을 알렸다.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02년)는 그가 2001년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계약한 작품. 2008년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올해의 그림책으로 꼽은 ‘파도야 놀자’(2009년)도 미국에서 먼저 출간돼 유명해졌다.》



이 작가는 “해외 아동도서전에서 자비를 들여 홀로 작품을 소개하고 계약하며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며 “국제아동도서전이 한국에 신설돼 아동문학과 작가들이 제대로 인정받고 신인 작가를 발굴하는 상과 제도도 마련되면 좋겠다”고 했다.
○ 평가 못받은 작가들 주목 받을 기회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가 이르면 2024년 ‘부산 국제아동도서전’을 만들어 매년 개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출판계가 기대로 들썩이고 있다.

국제아동도서전은 국내 아동문학 작가들을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해외 유명 아동문학 출판사와 평론가들이 한국을 찾아 국내 작가가 해외에 소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내 아동문학계의 기반이 빈약한 탓에 해외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내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작가들이 주목받을 기회도 늘어난다.


작가들이 작업하는 데도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그림책 제작에는 최소 6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이 걸린다. 이 때문에 유명하지 않은 작가는 생활고로 작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백희나 작가는 2004년 발간한 베스트셀러 그림책 ‘구름빵’(한솔교육)이 큰 인기를 끌며 뮤지컬, 문구, 장난감 등 다양한 2차 저작물을 낳았지만 작가가 실제로 손에 쥔 돈은 계약금을 포함해 2000만 원이 채 되지 않았다. 백 작가는 2020년 세계적인 아동문학상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받은 뒤에야 금전적 어려움이 해결됐다. 심향분 전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한국지부(KBBY) 회장은 “한국 아동문학 작가는 해외에서 상을 받아야만 작품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고 여기는데 국내 아동문학 시장이 탄탄해진다면 이런 상황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2의 이수지, 백희나’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가능성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한국 아동문학이 수출 효자 도서로 더 탄탄하게 자리매김할 수도 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8, 2019년 도서저작권 수출에서 그림책이 차지하는 비중은 39.7%로 문학책(13.3%)의 3배 가까이 된다. 아동 분야 도서저작권 수출은 2019년 1158건으로 2017년(565건)에 비해 2배로 늘었다. 한국은 교육열이 높은 덕에 아동문학책의 수준이 빼어나다. 이에 한국 아동문학책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런 흐름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지은 비룡소 편집주간은 “국제아동도서전은 세계 유명 아동문학 출판사들이 총집결해 한국 작가와 작품을 만나러 오는 수출의 장”이라며 “국제아동도서전 신설은 세계 아동도서 저작권 거래를 활성화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여 독자들의 관심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 “지식재산권 거래의 장 만들 것”

아동문학은 그림 비중이 높아 글 위주인 성인문학 작품에 비해 언어 장벽이 낮다. 국제아동도서전을 통해 한국 아동문학 작품을 해외에 적극 알리면 국제 무대에서 인정받을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동문학이 한국 문학의 세계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실제 한국 아동문학이 해외에서 이룬 성과는 빼어나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에서 권위 있는 상을 받은 문학 작품 8개 중 영국 추리작가협회가 주관하는 대거상 번역추리소설상을 받은 윤고은 작가의 장편소설 ‘밤의 여행자들’(민음사)을 제외하면 7개가 아동문학이다. 이명애 작가는 ‘내일은 맑겠습니다’(2020년·문학동네)로 슬로바키아의 브라티슬라바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BIB) 황금사과상을, 이지은 작가는 ‘이파라파냐무냐무’(2020년·사계절)로 볼로냐 라가치상 코믹스-유아 그림책 부문을 수상했다. 최덕규 그림책 작가는 “한국에서 국제아동도서전이 열리면 한국 작가의 작품을 해외 출판사에 더 많이 소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동도서는 지식재산권(IP) 확장에도 유리하다. 그림책에 담긴 일러스트를 비롯해 책을 기반으로 만든 영상 콘텐츠, 등장인물을 활용한 퍼즐 등 다양한 부가 상품을 만들 수 있다. 부산 국제아동도서전을 추진하는 주일우 서울국제도서전 대표는 “아동도서는 놀이와 학습에 사용하는 각종 도구에 IP를 활용할 수 있다”며 “국제아동도서전을 IP가 활발하게 거래되는 장으로 만들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 “아동문학계 지원 병행해 내실 기해야”
일각에서는 국제아동도서전 개최가 기대한 만큼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그림책 작가는 “한국 아동문학이 최근 해외에서 연달아 성과를 내자 작가들을 행사에 초청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막상 행사 현장에 가보면 주최 측 담당자들이 아동문학에 대한 이해도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내실 있게 국제아동도서전을 추진해야 한다는 당부가 나온다. 이수지 작가는 “해외 아동문학도서전이 각각 가진 특성을 면밀히 분석해 한국 국제아동도서전만이 지니는 강점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국제아동도서전을 개최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아동문학 작가와 출판사에 대한 꾸준한 지원도 함께 진행돼야 한국 아동문학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국제아동도서전과 관련해 공청회 등을 열어 출판계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아동문학 작가 및 해당 분야 실무자들과 지속적으로 논의해 국제아동도서전을 어떻게 구성하고 운영할지에 대한 세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호재 문화부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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