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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IT/의학

[전문의 칼럼]규제 효율화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키워야

김법민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교수(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 단장)
입력 2022-06-22 03:00업데이트 2022-06-2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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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법민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교수(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 단장)
최근 X선, 자기공명영상(MRI), 초음파 영상 등이 인공지능(AI) 영상보조 의료기기와 결합하면서 진단의 정확도가 높아지고 있다. 수술 전략은 ‘디지털 트윈’(현실세계와 똑같은 가상세계)을 통해 세운다. 다양한 웨어러블 의료기기로 모은 개인의 의료정보는 나만을 위한 ‘맞춤형 진료’의 토대가 된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바꾸는 미래는 이제 현실이 되고 있다. 이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 리스트에서도 중요한 화두로 제시되었다. 여기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범위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란 흔히 회자되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디지털치료기기, 증강현실(AR) 및 가상현실(VR) 등을 포함하지만 이들에 한정되지 않는다. 기존 의료기기가 첨단 디지털 기술과 만나 스마트해지고, 초연결되고, 개인에게 맞춰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의료기기 산업 전반에 걸친 ‘디지털화’를 의미한다. 이미 상당수 의료기기가 디지털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육성책은 전통적인 의료기기 산업 육성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대표 종목인 인공지능 의료기기, 디지털치료기기 등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aMD)가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아직 이 분야에 지배적인 위상을 구축한 빅테크 기업이 없다는 점이다. 바이오헬스 산업은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기에 매우 보수적인 분야로 꼽힌다. 브랜드의 가치가 여타 산업보다 클 수밖에 없고 한국과 같은 후발주자의 진입이 매우 어려운 원인이 거기에 있다. 이런 측면에서 기술력만 뒷받침된다면, 지금 상황은 분명 우리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 있어서 기회가 될 수 있다.

지난 5년 동안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안전성과 유효성 면에서 문제가 없어 품목허가를 받은 인공지능 의료기기 제품이 110여 종이다. 식약처가 지정하는 혁신의료기기 인증제품 18개 중 10개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일 정도로 기술 개발이 매우 활발하다. 그런데 이들 중 품목허가 이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보험코드를 받고 수가를 인정받은 기기는 아직 단 한 건도 없다.

우리나라와 같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단일 보험 체계를 가진 나라에서 보험수가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은 시장 진입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최근에 ㈜뷰노의 심정지 예측 소프트웨어 의료기기가 신의료기술평가유예 품목으로 지정되어 비급여 시장진출이 가능해졌다는 기쁜 뉴스가 있었다. 이는 급여화되어 보험수가를 받기 직전 단계로, 최장 3년간 임상 효능 근거를 확보하고 시장 진출 및 수익 창출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를 포함한 의료기기 산업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다. 의료기기에 대한 규제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직접적으로 연관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적용되어야 하지만 동시에 과학적이고 효율적이어야 한다. 새로운 의료기기의 경우 국제적인 기술 경쟁력이 있더라도 적시에 시장 진입을 못 한다면 버텨내기 어렵다. 적어도 국민 건강과 안전에 부담이 없다고 인정되어 품목허가를 받고, 기술적으로 혁신성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는 신규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의 경우 일정 기간 시장 선진입이 가능하게 하고 시장에서 검증 및 선택을 받도록 지원하는 것이 답이다. 지금까지의 노력에 더해져,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기기 산업의 성장 가속화를 위한 혁신적인 정책이 새 정부에서 추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법민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교수(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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