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내 파시즘 성찰 않고 권력 쥔 與, 민주주의 위협”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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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파시즘 2.0’ 낸 임지현 교수
“1990년대엔 여야 협치로 정치… 지금 與는 상대를 적으로 규정해
정치적 제노사이드 자행하고 있어… 진보의 독선, 내로남불로 가시화”

임지현 서강대 사학과 교수는 4일 서울 서강대 연구실에서 “반대파에 ‘친일파’, ‘민족 반역자’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좌파의 논리는 국가보안법을 앞세워 ‘빨갱이’를 색출하던 유신 독재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임지현 서강대 사학과 교수는 4일 서울 서강대 연구실에서 “반대파에 ‘친일파’, ‘민족 반역자’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좌파의 논리는 국가보안법을 앞세워 ‘빨갱이’를 색출하던 유신 독재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진보 좌파는 한 발도 나아가지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퇴보했습니다.”

군부독재에 맞서 정치 민주화를 이뤄낸 직후인 1990년대. 임지현 서강대 사학과 교수(63)는 진보 좌파에 내재한 ‘파시즘’을 들여다봤다. 그는 1999년 계간 학술지 당대비평에 ‘우리 안의 파시즘’을 발표하며 “자신만이 정의를 독점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일부 좌파의 도덕적 폭력은 극우 반공주의와 결을 같이한다”고 일갈했다.

그로부터 23년. 임 교수는 ‘우리 안의 파시즘 2.0’(휴머니스트)을 11일 펴낸다. 신간에서 그는 “586세대 중심의 여권이 운동권 내부의 파시즘을 성찰하지 않은 채 권력을 쥔 탓에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썼다.

서울 마포구 서강대 연구실에서 4일 만난 그는 “1990년대만 해도 영수회담을 통해 협치가 이뤄졌다면 현 586세대 중심의 여권은 상대를 박멸해야 할 적으로 규정하는 ‘정치적 제노사이드’를 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80년대 학생운동 시절 반혁명주의자를 인민의 적으로 규정한 스탈린식 행태를 체화한 이들이 정치적 견해가 다른 이들을 적으로 몰아세우고 있다는 것.

그는 ‘우리 안의 파시즘’을 발간한 20여 년 전에 비해 절차적 민주주의가 더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청와대 국민청원을 거론하며 “입법기관마저 ‘패싱’하고 청와대가 직접 나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사고방식이 절차적 민주주의의 근간마저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진보의 독선은 여권 유력 인사들의 ‘내로남불’ 행태로 가시화됐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그는 신간에서 “586세대가 조국 사태를 전후해 보여준 실망스러운 정치행태는 혁명과 진보의 이름으로 개인적 일탈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낡은 변혁전략의 업보”라고 썼다.

진보의 독선이 더 심화된 이유는 무얼까. 1990년대 정치권력의 주변부에 머물던 386세대는 대중의 지지를 바탕으로 2000년대 이후 집권여당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이들은 자신들만이 선(善)이라는 행태를 고수해 독선이 심해졌다고 임 교수는 지적했다.

책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위생 독재’에 대한 경고도 담겼다. 그는 “팬데믹이 부른 의학적 비상사태는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위생 독재에 대한 아래로부터의 동의를 만들어냈다”며 “여당은 공권력에 대한 비판적 성찰 없이 ‘K방역’을 정치적 지렛대로 이용했다”고 비판했다.

정치적 전환기에 ‘우리 안의 파시즘 2.0’을 내놓은 그가 ‘3.0’을 쓸 날이 또 올까. 그는 “그때는 더 이상 진보 좌파를 겨냥하지 않고 현재의 불평등한 경제 구조에서 사회적 약자를 차별할 위험을 내재한 보수의 능력주의를 들여다볼 것”이라며 이렇게 덧붙였다.

“왜냐하면 그때가 되면 진보는 자멸할 테니까요. 외부의 적 때문이 아니라 파시즘을 성찰하지 않은 그들 자신 때문에.”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파시즘#여당#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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